[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우리도 할 수 있다."
강민호를 제외한 삼성 라이온즈 1군 야수 최고참 이원석(33). 그가 동료 선수들을 향해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원석은 2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1차전 경기에서 클러치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5-6으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에서 극적인 역전 투런포로 이틀 연속 한점 차 승리를 안겼다. 한화 세번째 투수 안영명과 상대한 이원석은 볼카운트 0B2S로 몰렸다. 이원석은 3구째 몸쪽에 잘 붙은 140㎞의 투심패스트볼을 당겼다. 공이 높게 솟구치는 순간 3루측 홈 응원석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터졌다. 한화 좌익수 장진혁이 펜스까지 따라갔으나 높게 비행한 공은 담장을 훌쩍 넘었다. 시즌 12호 역전 결승 투런 홈런.
"투수가 공격적인 스타일이어서 타석 들어갈 때는 무조건 치려고 했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병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초구, 2구 방망이 안 나가더라고요. 삼진을 먹더라도 후회 없이 돌리고 나오자 생각했는데 (몸쪽으로) 잘 들어와서 제 스윙을 잘 못했는데 운 좋게 중심에 잘 빗맞았습니다.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 공만 작년 공이었나봐요.(웃음)"
중장거리 타자들에게 홈런과 삼진은 종이 한장 차이다. 매 타석 삼진이나 병살타 같은 최악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고참 내야수는 올시즌 개인 목표가 없다. 오로지 미안했던 팀에 대한 도움만을 생각하고 있다. 새 외국인 타자 윌리엄슨의 가세로 타순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그는 "8,9번도 상관없다. 1회만 빼면 돌아오는 건 똑같다"며 팀 퍼스트를 강조한다.
개인은 버린지 오래다. 오직 5강 싸움에 대한 의지 뿐이다. 갈 길이 멀지만 이원석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새 식구 윌리엄슨이 와서 시너지도 나고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힘 있는 타선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믿음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했으면 좋겠어요."
믿음이 결과를 낳는다. 선수단 전체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한 라이온즈는 시즌 끝까지 5강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팀이다.
"역전 5강이요? 우리도 연승을 못하리란 법은 없으니까요. 아직 수치상으로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남은 48경기 동안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참 야수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팀 동료를 향한 진심 어린 당부. 5강이라는 결과 달성 여부를 떠나 팬들이 바라는 것은 끝까지 포기와 두려움 없는 라이온즈 다운 야구다. 큰 점수 차에도 끈질기게 따라 붙어 이원석이 마침표를 찍었던 바로 그 경기처럼….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