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투표 집계 과정에서의 오류는 인정한다. 최종 순위에는 문제가 없다."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한 Mnet의 '모르쇠'가 불필요한 추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데뷔조 그룹 '엑스원(X1)'의 앞날마저 불투명하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시청자들은 25일 Mnet 제작진에 "최종 투표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하태경 의원은 "Mnet 측이 일단 사과하고 오류를 인정했다. 발표된 득표수가 실제 득표수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추가 해명도 오류 투성이다. 수학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Mnet 주장대로 될 확률은 로또 연달아 2번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작다"면서 "구차한 변명 자꾸 하지 말고 원 투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한다. 변명만 자꾸 하면 의혹만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하태경 의원은 수학자들과의 논의 끝에 "투표 결과는 조작이 거의 확실하다. 청소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비리이자 취업사기"라며 검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프로듀스X101' 최종결과에 반대하는 팬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공식 성명문을 통해 "프로듀스X101은 오로지 국민 프로듀서의 투표를 통해 글로벌 아이돌을 데뷔시킨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투표 결과의 투명성과 신뢰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표 조작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고, 101명 연습생들의 땀과 눈물을 농락한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문화 권력을 독점한 미디어의 횡포"라고 강조하며 'Mnet 측의 어떠한 가공도 되지 않은 데이터 공개와 명확한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에도 Mnet 측의 '모르쇠'는 여전하다. 제작진은 전날 "최종 순위는 이상 없으나 최종 득표수를 집계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글을 끝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프로듀스X101' 종영 이후 5일만의 답변이었다.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스템 보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Mnet 측 관계자는 이날도 "현재로선 (전날 공식입장 외에)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법률사무소 마스트를 법무대리인으로 정식 선임하고 Mnet 측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중이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공익적 차원에서 최소 수임료만으로 재판을 준비중"이라며 "저희로선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팬들의 탄원서를 모으고, 고소를 위해 법리를 검토 중이다. 형사 고소 여부에 대해서는 다음주중 결정될 것"이라고 서명했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사에서 문자나 전화 투표를 '점수화'해 공개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듀스X101'의 문제는 이들이 이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투표수를 그대로 전하는 것처럼 설명해왔다는 점이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막강한 팬덤과 화제성,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타 오디션 대비 압도적인 투표수였음을 감안하면, '시청자 기만'이라는 일부 팬들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Mnet 서바이벌 오디션의 논란 또한 '슈퍼스타K' 이후 유구한 전통과 역사가 있다. 매 오디션마다 '예정된 멤버', '사전 섭외' 논란은 일종의 통과 의례에 가까웠다. Mnet 측은 오디션의 결과물인 데뷔 그룹(우승자)을 통해 관련 논란을 무마해왔다.
'프로듀스X101'은 19일 최종회에서 그룹 엑스원(김요한 김우석 한승우 송형준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이은상)'의 탄생으로 마무리됐다. 엑스원은 오는 8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 데뷔 쇼콘(쇼케이스+콘서트)'를 예고한 상태다.
이번에도 엑스원의 흥행을 통해 '프로듀스X101' 관련 논란을 정리하고 '국민 프로듀서'의 지지를 되찾을 수 있을까. 신뢰성에 상처입은 Mnet이 '서바이벌 명가'로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