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20일 창원NC파크. 그라운드를 둘러보던 한대화 KBO(한국야구위원회) 경기 운영 위원은 두 팔을 'X자'로 교차시켰다. 이날 경기 취소를 선언한 것이다.
2019 KBO리그 올스타전 일정이 이틀 연속 '태풍'에 가로막혔다. 19일로 예정됐던 퓨처스(2군) 올스타전이 우천 순연됐지만, 20일까지 비가 이어지면서 결국 취소됐다. 20일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올스타전 본경기 역시 21일로 우천 순연됐다.
경남 지역은 19일부터 제5호 태풍 다나스의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많은 비가 내렸고, 강풍이 동반되면서 정상적인 경기 진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나스가 20일 오후 전남 내륙에 상륙하면서 열대 저기압으로 약화됐고, 이 영향으로 창원 지역의 빗줄기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올스타전 개최에 대한 조심스런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KBO는 경기 3시간 전 일찌감치 우천 순연 결정을 내렸다. 예정된 일정을 강행하려 했다면 경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KBO 관계자는 20일 우천 순연 결정이 내려진 뒤 "비가 저녁까지 예보된 상황인데다, 경기장 정비에도 3시간이 소요된다. 경기 뿐만 아니라 팬들과 함께 하는 사전 행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올스타전은 단순히 경기만 하는 행사가 아니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즐기지 못하고 관람 편의도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올스타전은 '팬 퍼스트'라는 명확한 주제 의식이 있었다. 경기 도중 특별한 쇼맨십을 발휘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퍼포먼스상' 뿐만 아니라 선수와 팬, 마스코트가 한팀으로 장애물 경주를 하는 '슈퍼레이스' 등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이 호응을 얻었다. '지루한 올스타전', '그들만의 잔치'에서 탈피해 평소 관중석에 머물던 팬들의 발걸음을 선수-그라운드에 보다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19일 퓨처스 올스타전 우천 순연 결정 뒤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팬사인회를 진행한 것은 KBO가 이번 올스타전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BO 관계자는 "일정 취소로 진행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단 관련 운영 비용 일부를 제외하면 금전적인 손해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잔치인만큼, 비용-수고보다는 팬 서비스가 우선"이라며 "무리한 경기 강행으로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좋은 컨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년에 비해 '팬 퍼스트'를 컨셉으로 준비했던 올스타전이 준비한대로 열리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