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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주춤했던 켈리의 여름 반격, "습한 날씨 커브 그립감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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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 트윈스의 전반기. 성공적이었다. 최소 4위를 확보했다.

전반기 의미있는 약진. 여러가지 복합 요인이 있다. 으뜸 중 하나는 외국인 두 투수의 활약에 있다. 나란히 9승씩을 거두며 팀 승리(51승)의 35%를 책임졌다. 노 디시젼으로 팀이 승리했던 각각 2승씩을 보태면 두 투수 등판경기에서 LG는 팀 승리의 43%인 22승을 거뒀다.

외국인 투수 흉작 속에 하위권으로 처진 롯데 자이언츠(6승), 삼성 라이온즈(8승), KIA 타이거즈(9승) 등의 외국인 투수 듀오는 LG 외국인 투수 한명의 몫 만큼의 승리도 합작하지 못했다.

LG가 시즌 초부터 외국인 투수 성공을 만끽한 건 아니다. 불안요소가 있었다. 신입 외국인 케이시 켈리(30)의 적응 여부였다. 그는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정규 시즌 들어 켈리는 빠르게 KBO 리그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터를 잡은 동료 타일러 윌슨은 도움도 빼놓을 수 없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켈리는 윌슨과 확실한 원투펀치를 이루며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변신과 적응에 있다. 중간 중간 위기도 있었지만 트랜스포머 같은 빠른 변신으로 극복해 가고 있다.

14일 잠실 삼성전이 대표적이었다. 켈리는 최근 살짝 불안감이 있었다. 특히 SK, 두산 등 강팀을 상대로 고전했다. 퐁당퐁당 흐름 속에 등판한 경기. 그는 "최근 패스트볼 제구가 높았다. 그래서 경기 전 유강남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플랜을 짜고 나왔다"고 했다. 위기는 일찌감치 닥쳤다. 1회 투심 등 패스트볼 제구가 썩 좋지 않았다. 문제를 알고 있었던 그는 곧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커브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때 마침 습했던 잠실구장 날씨가 도움이 됐다. 손에 착착 감겼다.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떨어지는 공에 삼성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8회까지 안타가 단 2개 뿐일 정도로 꽉 막혔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 말미에 '커브가 평소보다 많았고 브레이킹 볼이 유독 예리했는데 습한 날씨가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확실히 습한 날씨가 그립감을 높여줬다. 커브 비중을 높였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답했다.

평소 커브 비중이 약 20% 정도였던 켈리는 이날 101개의 투구수 중 44개의 커브를 던졌다. 44%로 평소보다 두배 이상 비중이 높았다.

본격적인 무더위 승부를 앞두고 한국의 습한 여름 날씨는 청신호다. 커브와 투심패스트볼 등 주무기의 볼 끝 변화를 심하게 해줄 수 있는 환경적 요소다.

켈리의 꾸준한 활약은 2016년 이후 3년 만에 꿈꾸는 가을잔치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선수단 사이에 남아있는 뒷심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패다. 전반기를 잘 마친 켈리가 후반기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그 중심에 습한 여름 승부를 지배할 날카로운 커브가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