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우승 경쟁을 하는 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은 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 FC전에서 3대1로 승리한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북 현대를 제치고 리그 선두를 재탈환한 이유도 있었지만, 자신이 야심차게 선택한 어린 선수가 선제골을 터뜨리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김 감독을 기쁘게 한 주인공은 이상헌. 올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 경기를 치르는 21세의 어린 선수였다. 김 감독은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동경을 대신해 U-22 의무 출전 카드로 이상헌을 선택했다.
상대가 하위권 경남이었지만, 리그 선두 탈환을 위해 울산에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 김 감독은 올시즌 출전 기록이 없는 선수를 투입시켰고, 중원 전역을 커버하는 중책을 주며 믿음을 보였다. 그리고 그 믿음에 이상헌이 보답했다. 전반 14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상헌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는 선발 출전, 그리고 골 기록이었다. 이상헌은 울산 유스 출신으로 2017년 현대고를 졸업하고 큰 기대 속에 울산에 입단했다. 2017년 U-20 월드컵 16강전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유망주로 손꼽혔다.
하지만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울산이기에 첫 해 기회를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다. 2018 시즌 4월8일 강원FC와의 5라운드 경기에서 울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2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이상헌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건 전남 드래곤즈 이적. 지난해 7월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전남 임대 이적을 선택했다. 전남은 K리그1에서 강등됐지만, 이상헌의 활약은 좋았다. 21경기 만에 5골 2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울산과의 경기(2018년 9월 23일)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친정을 울렸다.
이 결승골이 강한 인상을 줬고, 울산은 한 시즌 만에 이상헌을 복귀시켰다. 전남은 이상헌을 더 데리고 있고 싶어 했지만, 울산의 뜻이 강경했다. 선수도 전남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비시즌 사비를 들여 개인 트레이닝을 하다 오른쪽 발 피로걸절상을 당한 것. 갑자기 다친 건 아니었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통증이 생기며 이상 신호를 느꼈다. 하지만 축구가 워낙 잘 돼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발 상태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몸에 탈이나고 말았다.
그렇게 5월이 돼서야 팀 훈련에 합류했고,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이상헌을 계속해서 눈여겨보고 있었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상대 수비가 부담을 느끼는, 저돌적으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는 스타일의 선수가 없었다. 빠른 스피드에, 투지까지 좋은 이상헌은 첫 시험대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앞으로를 기대케 했다.
이상헌은 경남전 후 "데뷔전에 나설 때보다 오늘이 더 떨렸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하며 "부상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믿고 기용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보경 형의 패스가 좋았기에 골까지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스 플레이도 많이 해 스스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넣으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경기 후 원정 경기장까지 찾아온 서포터들이 오랜 시간 이상헌을 세워놓고 이름을 외치며 용기를 북돋워 줬다. 앞으로 울산 선수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이상헌은 "울산에 복귀하자마자 크게 다쳐 힘들었다. 특히, 가족들이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다"고 하며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내 강점은 공격적으로 드리블을 치며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지만 내 장점을 극대화해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우리 팀이 우승 경쟁 중인데, 우승 경쟁하는 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당당하게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