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윤)일록이는 서울에 딱 맞는 선수인데…."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적으로 만난 옛 애제자 윤일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감독에겐 안타까운 대상에 그치지 않았다. 윤일록은 해트트릭으로 친정팀 서울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다.
이 덕분에 제주는 1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0라운드 서울과의 홈경기서 4대2로 승리하며 무승의 늪에서 탈출했다.
최근 6경기(1무5패) 연속 무승을 끊은 제주는 승점 14(3승5무12패)로 경남에 골득실에서 앞서며 10위, 강등권 모면에 성공했다.
최 감독의 말대로 윤일록은 서울에 맞는 선수였다. 2012년 말 경남에서 서울로 입단해 2017년까지 137경기 출전, 21골-24도움을 기록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서는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2017년 8월 K리그 통산 46번째 '30-30클럽' 가입도 서울에서 했다.
최 감독이 중국리그로 진출(2016년 6월)하기 전 황금기를 함께 하며 최 감독을 자주 웃게 만들었다. 최 감독이 떠난 뒤 1시즌을 더 보낸 윤일록은 2018년 해외 진출의 꿈을 좇아 일본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이적했다가 경쟁에서 밀리면서 출전기회를 더 얻기 위해 올해 초 제주에 임대로 입단했다. 당시 서울 구단은 윤일록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서울에 잘 맞았던 윤일록은 몸에 맞지 않은 옷(제주)을 입은 게 아니었다. 맞지 않으면 자신의 몸을 영리하게 맞췄다.
윤일록은 이날 처음 만난 서울을 농락하다시피 했다. 지난 3월 16일 3라운드 서울전(0대0)에서는 적응기를 거치느라 출전하지 않았다.
막상 친정팀을 만나니 초반부터 비수를 휘둘렀다. 전반 7분 돌파해 들어간 윤일록은 오른 측면 이창민에게 완벽한 슈팅 찬스를 만들어줬다. 이어 이창민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나오는 것을 영리하게 달려들며 재차 밀어넣었다.
이어 불과 1분 뒤 윤일록은 또 번쩍였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서진수의 패스를 받은 뒤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윤일록의 연속골에 기세가 오른 제주는 무기력했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주도권을 이어나갔다. 36분 인천에서 트레이드된 후 첫 출전한 남준재의 골까지 추가하며 신바람을 더했다.
42분 고요한의 만회골로 전반 무실점을 면한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베테랑 박주영을 투입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서울은 23분 정현철의 경고 누적 퇴장 악재까지 덮쳤고 제주는 이미 벌어놓은 게 넉넉한 덕분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윤일록은 34분 보너스를 홈팬들에게 선물했다. 그림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비수'에 이어 '확인사살'까지 했다.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이던 46분 고요한이 추가골을 넣었지만 시간이 다 된 뒤였다.
선제 실점하면 뒤집은 적이 없다가 올시즌 최다골 경기를 만든 제주. 윤일록 효과를 톡톡히 본 날이었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