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악마의 속삭임에 청소년 야구 선수들의 꿈이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지역의 한 야구교실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모씨(35)는 자신이 가르치는 청소년들에게 불법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제를 투약했다. 당초 자신이 사용하기 위한 약물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혐의를 시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이모씨를 조사중이다. 이씨는 지난 2일 법원에 의해 구속됐다. 그의 범죄 행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모씨는 2006년 삼성 라이온즈 육성 선수로 입단, 한화 이글스-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내야수로 2017년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1군 47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4리, 14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은퇴한 이모씨는 야구교실을 열어 '제 2의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과욕이 화를 불렀다. 그는 본업인 '학생 지도'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범죄를 저질렀다.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모씨의 죄질은 매우 무겁다. 자신의 야구교실에 다니는 청소년들을 속여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판매, 주사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 복통,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이다.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약물. 하지만 이모씨는 상습적으로 이들에게 직접 약물을 투약했다. 엄연한 사기 행각이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프로구단에 가기 위해선 맞아야 한다"고 속였다. 그러면서 이모씨는 1년간 1억6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했다. 식약처는 첩보를 받은 뒤 올해 초부터 조사를 펼쳐왔고, 이모씨의 범죄가 발각됐다.
막대한 피해는 학생 선수들의 몫이 됐다. 이 야구교실 소속 학생선수 7명을 상대로 도핑 테스트를 한 결과, 2명에게서 금지 약물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남은 5명의 선수들의 결과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 이들의 미래는 암울하다. 출전 정지는 물론이고, 야구 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 선수 자격 정지는 1, 2년이 아쉬운 어린 선수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징계가 끝나도 프로야구선수로 향하는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전에는 없었던 초유의 일이다. 현재 조사 중에 있지만, 미성년자이다 보니 불법 스테로이드 등에 관해서 잘 모르고 주사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이모씨에 속아서 맞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조사를 받은 학생들은 타격이 매우 크다. 어릴 때부터 야구만 해왔던 학생들인데 야구 선수 생명도 끊길 위기에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최근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의 야구교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드래프트 관문이 좁아지면서 사교육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아마야구 선수들에게는 프로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집중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실제 야구교실에서 레슨을 받은 몇몇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밟기도 했다. 이모씨의 야구교실 역시 프로선수를 배출한 곳이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범죄로 야구계에 큰 타격을 줬다. 제도권 밖에서 발생한 사건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