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리더'는 섣불리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땀을 흘리며 산에 올랐고, 손수 밥을 지어 나눠먹으며 눈높이를 맞췄다. 구성원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따라 몸도 움직였다.
K리그2 전남 드래곤즈가 조금씩 예전의 위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3승이나 따냈다. 앞선 11경기에서 간신히 2승을 챙겼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전남의 반등세. 기본적으로는 파비아노 수아레즈 감독과 선수들의 '합'이 맞아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팀내 최다골을 기록 중인 김영욱은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님도, 우리 선수들도. 모두 '처음'아닌가. 감독님은 한국과 K리그의 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우리 선수들도 그런 감독님께 적응해야 했다"고 그간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은 구단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 그리고 축구 철학을 갖고 있는 감독이 부임해서 곧바로 선수들과 100% 소통하고, 리그 분위기에 적응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서로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1에 있던 전남이 시즌 초반 K리그2에서도 고전했던 근본적 이유였다. '불가피한 인고의 시간', 요즘 세대의 언어로 쉽게 풀이하면 '쿨 타임'이다.
리그 중반에 접어들어 겨우 그 기다림의 시간이 충족된 듯 하다. 최근의 전남은 시즌 초반에 허둥지둥할 때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결정력 측면에서 보다 과감해지고 적극성이 생겼다. 파비아노 감독 역시 비로소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이를 전술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용틀임'의 시작이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변화의 과정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구단을 이끄는 '최고위 리더'의 인내심이었다. 지난 1월 전남 드래곤즈 대표이사로 취임한 조청명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팀이 나락으로 빠져 드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선수단을 질타하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호흡을 맞추고 기다렸다. 함께 산에 오르기도 하고, 다양한 강연과 지역 밀착 마케팅의 일선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자택에 고참 선수들을 초청해 손수 지은 밥을 나눠먹으며 서로의 고충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런 '한솥밥 리더십'이 전반기 내내 이어졌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선수들도 금세 조 대표의 본심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남 선수들이 승리 후 소감으로 조 대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질 때나 이길 때나 늘 경기장에 찾아와 선수 및 팬들과 눈높이를 같이 맞추기 때문이다. 리더의 기다림과 그에 부응하며 하나로 뜻을 모은 선수단의 변화. 전남 드래곤즈의 후반 용틀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