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이 한테 (노)수광이 수비 잘 가르쳐라고 하죠."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이 웃으면서 한 말이다. 코치가 아닌 베테랑 선수에게 후배 선수를 가르치게 하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강민이 가진 노하우를 노수광에게 잘 알려주라는 뜻일텐데 자신의 무기를 모두 후배에게 알려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SK에선 자연스럽게 되고 있는 문화다.
염 감독은 "우리 팀은 고참들이 후배들을 육성하고 있다. 후배들을 라이벌로 여기지 않는다"라며 "고참들이 다음에 SK의 주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주고 있다. 감독으로서 고맙다"라고 했다.
선수를 키우는 것은 당연히 코칭스태프의 몫. 하지만 고참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겐 큰 배움이 된다. 여러 팀에서 성실한 고참 선수를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는 것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를 통해 어린 선수를 키우기 위한 뜻도 있다. 염 감독도 "코치들이 하는 몫도 있지만 고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코치가 하는 것과 고참이 하는 것이 선수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를 수 있다고.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고참이 선수 입장에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얘기해줌으로써 선수 육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염 감독은 "우리 고참들도 선수로서 뛸 날이 많이 남은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이런 것이 코치가 되는 공부일 수도 있다. 고참도, 후배도 얻어가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라고 했다.
SK는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도 주전을 키우기 위한 플랜도 가동하고 있다. 주전급 베테랑 선수들의 출전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도 있지만 서로의 소통을 통해 간격을 줄이고 하나의 팀으로서 고참이 앞장서서 후배를 밀어주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