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이달 말 개봉을 앞둔 사극 영화 '나랏말싸미'가 계속된 사건·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번엔 상영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소설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 평전'(이하 '훈민정음의 길', 박해진 지음)의 출판사 나녹 측은 2일 법무법인 헤리티지, 리우를 통해 '나랏말싸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우라옥 부장판사)에 배당, 첫 심문기일은 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2014년 12월 15일 출판된 '훈민정음의 길'은 소리문자 훈민정음(한글) 창제의 비밀과 교육, 확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집현전 학자 중심의 훈민정음 창제사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나고 삭제된 훈민정음 창제의 핵심 인물인 혜각존자 신미스님의 발자취를 통해 훈민정음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한 박해진 작가의 소설이다.
출판사 나녹 측은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의 길'을 원작한 영화다. 그러나 '나랏말싸미'의 제작사인 영화사 두둥과 조철현 감독은 출판사의 동의 없이 영화 제작 및 투자를 유치했다"며 "'나랏말싸미'는 2018년 출판사와 협의를 시작했지만 '나랏말싸미'의 제작사는 돌연 영화화 계약 체결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원작 권리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제작된 영화는 불법저작물에 해당되며 이에 출판사 측은 '나랏말싸미'에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출판사 측은 '훈민정음의 길' 내용 중 신미스님이 훈민정음 창제에 기여한 내용을 '나랏말싸미'가 인용해 영화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나랏말싸미' 측은 '훈민정음의 길'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출판사 측의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있기 전 제작사는 책의 원작자인 박해진 작가에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확인을 법원에 제시한 상태라고 반박을 뒷받침했다.
'나랏말싸미'의 제작사 영화사 두둥 측은 "'훈민정음의 길'은 '나랏말싸미'의 원저작물이 전혀 아니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불교계의 신미가 관여했다는 이야기는, '훈민정음의 길'이라는 책이 출간되기 훨씬 이전부터 제기되어 온 역사적 해석이다. 제작사는 시나리오 기획단계에서부터 이 부분을 주목하여 기획개발을 진행했고 '훈민정음의 길'의 저자 박해진과 '나랏말싸미' 자문계약을 통하여 상당한 자문료를 지급하고 신미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또 "출판사 측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2일)이 제기되기 이전인 지난달 20일경 제작사는 박해진을 상대로 하여 '제작사가 박해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라는 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저작권침해정지청구권 등 부존재확인의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미 제기해 놓은 상태다"며 "'나랏말싸미'가 '훈민정음의 길'을 무단으로 복제했다거나 이 책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출판사 측의 주장은 부당하다. 이 점은 가처분 재판을 통하여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응했다.
'나랏말싸미'는 주연 배우인 전미선의 충격적인 사망에 이어 상영금지가처분 소송까지 휘말리며 연이어 몸살을 겪게 된 상황이다. 출판사와 팽팽한 법적 공방을 예고한 '나랏말싸미'는 예정대로 24일 개봉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연 '나랏말싸미'가 무사히 7월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박해일, 고 전미선 등이 출연하고, 제작자 출신 조철현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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