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무리 특급 투수라도 늘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상대 타선이 한껏 상승세일 때도 있다. 중요한 건 버티면서 선발투수의 최대 덕목인 이닝을 메워주는 것이다. 숱한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SK 선발 김광현이 '에이스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김광현은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전날 등판예정이었지만 우천 취소로 등판일정이 하루 밀렸다.
최근 이원석 김동엽의 복귀로 한껏 상승세를 타고 있는 삼성 타선은 만만치 않았다. 먼저 2실점 했지만 눈에 불을 켜고 1회부터 김광현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1회초 톱타자 김상수의 안타와 도루에 이어 김헌곤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후에도 쉽지 않은 이닝이 이어졌다. 뛰는 야구와 짧은 스윙으로 무장한 삼성 타선은 6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김광현을 괴롭혔다.
특급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씩씩하게 맞선 삼성 타선도 인상적이었지만 더 대단한 선수는 바로 가랑비 같이 스며들던 위기를 끝까지 버텨낸 김광현이었다. 숱한 위기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초집중 모드로 차분하게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마운드 위에서의 미소와 여유도 잃지 않았다. 그야말로 '에이스의 품격'이었다.
결국 김광현은 6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솔로홈런 포함, 8안타와 3볼넷(7탈삼진)을 내주고도 2실점으로 막으며 5월15일 NC전 이후 9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해냈다. 10-2로 크게 앞선 7회말 박민호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올시즌 토종 투수 중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