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그저 성장통으로만 봐야 할까.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20)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현재 한동희는 37경기 타율 2할2푼3리(121타수 27안타), 2홈런 7타점이다. 출루율 2할9푼9리, 장타율은 3할6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87경기 타율 2할3푼2리(211타수 49안타), 4홈런 25타점, 출루율 2할7푼9리, 장타율 3할6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투고타저인 올 시즌 흐름상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리그 전체로 따져보면 '신인왕' 강백호(20·KT 위즈)를 빼면 동년배 타자 중 한동희만큼 많은 기회를 부여 받은 선수는 찾기 쉽지 않다.
한동희는 지난 4월 말 무릎 연골 손상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복귀 후 활약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이전에 비해 더 침체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사직 KT전에서는 1회초 2사 2, 3루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의 강습 타구를 흘리는 등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한동희는 그해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큰 기대를 받았다. 고졸 신인답지 않은 타격 센스를 갖춘 선수로 장차 롯데의 주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이어진 활약은 기대보다 근심을 늘렸다. 일각에선 고작 고졸 2년차인 한동희에게 큰 기대를 거는게 온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군에선 3할 중후반대 맹타를 휘두르고, 1군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에 무게가 쏠린다.
그동안 한동희 활용법을 고민했던 롯데 양상문 감독도 고민이 깊은 눈치다. 양 감독은 "한동희가 만든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타격 코치와 무엇이 문제인지, 보듬거나 혹독하게 지도하거나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희에게 이대호처럼 하길 바라지 않는다. 대학 새내기처럼 거침없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삼진을 당해도 쿨한 모습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근심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또 "어제(25일) 경기를 마친 뒤 '강백호를 보라. 마음껏 하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차 지명 선수인 한동희의 성장은 양 감독 뿐만 아니라 롯데 안팎의 모두가 바라는 소망이다. 그러나 냉혹한 경쟁이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영원한 주전은 없다. 양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계속 경기에 나와 지금의 모습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더 침체되고 있는 듯 하다"며 "우리 팀 내야엔 고승민, 배성근 등 여러 선수들이 있다. 팀 전체를 봐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기회를 한 명에게만 줄 순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전반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롯데, 반등을 위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동희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