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4년 만에 반복된 '황당한 부상'이다.
KT 위즈 강백호가 파울 타구를 잡다 손을 베였다. 강백호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7 동점이던 9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신본기가 친 뜬공을 처리하던 과정에서 오른 손바닥이 5cm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했다. 우측 파울 라인 넘어 타구를 잡았지만, 달리던 힘을 받치기 위해 롯데 불펜 철조망에 오른 손바닥을 대는 과정에서 다친 것. 강백호는 트레이너에게 응급 붕대 조치를 받은 뒤 곧바로 송민섭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병원 진단 결과 오른손바닥 피부 외에 근육까지 함께 손상되면서 전신마취 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KT 관계자는 "강백호가 26일 서울로 이동 후 재검진을 받을 예정이며, 1군 엔트리에선 말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직구장에서의 '황당한 부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5시즌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 투수 심창민이 불펜 문을 열고 나오다 왼손바닥이 4cm 가량 찢어지면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채 교체됐다. 부상 원인은 문고리에 튀어나온 쇠 부분에 손을 베인 것이었다. 심창민은 이튿날 대구의 구단 지정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복귀까지 한 달이 걸린다는 진단을 받은 바 있다.
강백호의 부상 외에 아찔한 장면은 또 있었다. 롯데 전준우가 7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강백호가 친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가다 좌중간 펜스에 부딪쳤는데, 펜스가 뒤로 밀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강백호의 타구는 2루타가 됐고, 전준우는 부상 없이 플레이를 속개했다. 자칫 펜스가 뒤로 더 밀렸더라면 전준우 역시 큰 부상을 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구장을 찾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고척스카이돔, 창원NC파크 등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팀이 최신식 구장을 쓰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연고지인 대전도 오랜 논의 끝에 신구장 건설에 착수한 상황.
KT 위즈 창단에 맞춰 개보수를 실시한 수원 케이티위즈파크까지 꼽아보면 '최악의 야구장'은 서울, 부산이다. 국내 1, 2위 도시라는 명성과는 정반대의 부끄러운 현실. 특히 1986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부실한 원정 더그아웃 시설 뿐만 아니라 비가 올 때마다 누수, 악취 문제가 해마다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요원하다.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 당시 후보들이 앞다퉈 '신구장 건설'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현 오거돈 부산시장 역시 이런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사직구장을 임차해 쓰고 있는 롯데는 매년 자체 비용을 들여 사직구장 개보수에 나서고 있지만, 주인인 부산시의 무관심 속에 거듭되는 땜질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도 고개를 숙인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강백호의 부상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사직구장 전체 안전 점검 진행 및 사고 예방에 나설 뜻을 밝혔다. 25일 경기 종료 뒤에도 구단 관리팀이 철조망 보강을 위해 밤샘 작업을 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