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KIA 타이거즈의 '루키' 김기훈(19)의 2군 와신상담은 '보약'이 됐다.
김기훈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⅔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지난해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올해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따낸 첫 승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그러나 6회까지 볼넷만 4개를 내주며 노히트 경기를 펼쳤지만 7회 1사 이후 박동원에게 이날 첫 안타를 얻어맞아 노히트 행진이 깨지고 말았다. 노히트로 마감했다면 더 환상적인 프로 데뷔승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선발투수는 홍건희였다. 그러나 서재응과 르루 앤서니 투수 코치는 2군에서 머물던 김기훈을 다시 1군 무대 선발로 낙점했다. 김기훈은 올 시즌 개막엔트리에 포함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갓 고교를 졸업한 루키에게 높은 벽이었다. 결국 8차례 선발등판에서 2패란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5월 13일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던 김기훈은 지난 19일 코칭스태프가 바라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KT 위즈와의 2군 경기에서 6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무엇보다 보완할 점으로 지적되던 볼넷을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서 코치는 이 점에 주목했다. 김기훈이 이제 자신의 공을 던질 줄 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키움과의 1회에는 2군으로 내려가기 전 모습이 비춰졌다. 1사 이후 3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특히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김기훈은 전략을 변경했다. 변화구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직구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결국 1회 1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후속 장영석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박동원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을 피했다. 3회부터 안정세에 돌입한 김기훈은 총 투구수 100개 중 80개를 직구로 던졌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각각 14개와 6개였지만 간간이 타이밍을 빼앗을 때만 사용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기훈은 "초반에 제구가 안되면서 힘든 경기를 했다. 그러나 3회부터 제구가 잡혀 자신감을 가지고 던졌다"며 "볼 배합은 (포수 한)승택이 형을 믿고 던졌다. 또 내 장점이 직구이다 보니 장점을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1회 위기 상황에서 다시 예전의 모습이 나오면서 불안했지만 2군에 있을 때 양일한 곽정철 코치님의 '루틴만 생각하고 던지라'는 조언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한 이닝, 한 이닝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던졌다. 수비의 도움을 받아서 노히트 노런은 의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척=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