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이들을 보면 포수가 얼마나 중요한 포지션인지 깨달을 수 있다.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포수 더블 스쿼드' 박동원(29)과 이지영(33)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동원과 이지영은 팀에 세 가지 긍정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첫째, 외국인 투수의 반등이다. 에릭 요키시(30)가 좋은 예다. 장 감독은 "요키시는 4~5회까지는 사실상 퍼펙트 피칭을 보인다. 그러나 투구수 70~80개가 넘어가면 변화구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팀 내 2선발이기 때문에 최소 6이닝을 버텨주길 원했고, 스스로 이겨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잘 되지 않자 포수 교체를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이지영에서 박동원으로 교체하면서 효과를 봤다. 박동원이 공격적인 볼 배합도 그렇고 요키시의 왼쪽 바깥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투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더라. 게다가 외인의 심리적인 면까지 잡아주니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요키시는 올 시즌 16차례 선발등판해 9차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했다. 그러나 5월 말 두 차례나 4실점했다. 5월 23일 NC 다이노스전에선 6이닝 4실점, 5월 29일 LG 트윈스전에선 5⅔이닝 4실점했다. 그러나 6월부터는 실점율이 확 줄어들었다. 총 4차례 등판에서 내준 실점은 1점밖에 되지 않는다. 세 차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특히 9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완봉승을 거두기도.
둘째, 영건들의 안정이다. 키움 선발진에는 안우진 이승호(20) 최원태(22) 등 젊은 투수들이 즐비하다. 최원태는 부상 전력이 있고 안우진과 이승호는 나란히 풀타임 선발 첫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15승을 합작하며 소위 '계산이 서는 투수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이 자리잡은 원동력 중 한 가지는 역시 박동원과 이지영의 리드 덕분이다. 장 감독은 "팀이 전반기 내내 상위권을 지키는 건 젊은 토종투수 삼총사가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돌아준 것이 플러스가 됐다. 이들을 잘 이끌어준 박동원과 이재영의 효과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격력까지 갖췄다. 포수들은 체력소모가 가장 심한 포지션이다. 때문에 조금이나마 체력을 덜 소모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감독들이 상위타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가 적은 하위타선에 포수들을 배치한다. 하지만 키움은 두 명의 포수가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 박동원은 지명타자, 이지영이 포수를 겸한다. 둘은 다이나마이트 타선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박동원은 타율 3할2푼9리 7홈런, 이지영은 2할8푼9리 1홈런이다. 특히 기동력까지 갖춰 공인구 변화에 따른 경기운영 변화에도 무리 없이 녹아들고 있다.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박동원은 3타수 1안타 2득점, 이지영은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둘이서 따냈다.
'포수 부자' 장 감독의 표정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흘렀다. 고척=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