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그린의 우승 퍼팅이 홀 컵 왼쪽으로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웃었다.
박성현(26)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385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한 타 차로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대회 마지막 날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을 펼쳤으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성현은 24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6657야드)에서 열린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 9언더파 279타로 우승한 한나 그린(호주)에게 1타 뒤진 2위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까지 그린에게 5타 뒤진 공동 5위였던 박성현은 전반 2타를 줄이며 서서히 그린을 압박했다.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앞둔 투어 2년차 그린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2타를 줄였던 그린은 9번 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한데 이어, 11, 12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며 흔들렸다. 박성현과 2타 차. 하지만 그린은 13번 홀에서 3연속 보기 위기를 극적으로 넘기며 안정을 찾았다.
경기는 끝까지 미궁이었다.
박성현은 마지막 18번 홀(파 4)에서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며 그린을 1타 차로 압박했다. 그린은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이 그린 벙커에 들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린은 벙커샷으로 홀 약 1.5m 지점에 붙인 뒤, 마지막 파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먼저 경기를 마치고 영상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박성현은 환한 미소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그린의 첫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박성현은 경기 후 "계속 퍼팅이 안들어 갔었는데, 마지막 홀에서 긴 퍼팅이 들어가줘서 굉장히 개운한 마음으로 끝냈다. 끝난 후에 기다리는 건 별로 떨리지는 않았다. 잘 하면 축하해줘야 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최선을 다 했다"고 쿨하게 이야기 했다.
우승경쟁을 펼친 그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내가 점수를 줄 수 있겠는가? 우승한 선수에게…"라고 손사래를 치며 "나흘 동안의 점수만 봐도 얼마나 좋은 플레이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했지만, 메이저에서 우승한 것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나 그린 선수에게 정말 축하할 일이다. 나흘 내내 정말 잘 플레이했다"며 진심을 담은 축하를 전했다.
올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선수가 우승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두차례 메이저대회였던 4월 ANA 인스퍼레이션은 고진영(24)이, 이달 초 US오픈은 이정은(23)이 각각 우승컵을 안았다. 비록 3연승에는 실패했으나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박인비(31)와 이미림(29), 김효주(24)가 나란히 4언더파 284타로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유소연(29)이 3언더파 285타, 공동 10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2언더파 286타로 김인경(31) 등과 함께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