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박항서 감독님은 급한 게 없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60)의 재계약 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베트남 축구협회가 2020년 1월 계약이 만료되는 박항서 감독을 붙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베트남 언론들이 베트남 축구협회를 향해 서둘러 박 감독과 계약 연장을 마무리하라는 쪽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은 '박 감독의 연봉으로 200만달러도 비싸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가 사실일까. 스포츠조선이 팩트를 확인한 결과, 베트남 축구협회가 2017년 10월 첫 계약했던 박 감독과 재계약을 원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베트남 매체 '징' 등에 따르면 까오 반 오아인 축구협회 부회장이 "박항서 감독과의 계약이 내년 1월에 끝난다. 양측이 계약 종료 3개월 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 쪽으로 구체적인 문서를 보내오지도 않았고, 또 미팅이 이뤄진 것도 없다. 또 박 감독 측에서 베트남 축구협회에 재계약 협상 조건을 아직 제시하지도 않았다.
스포츠조선은 박 감독 대리인 회사를 통해 입장을 확인했다. 에이전트 이동준 대표는 "박항서 감독님은 베트남을 현재 동남아 챔피언으로 올려 놓았다. 그것에 맞는 정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한다. 하지만 베트남 국가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박 감독님은 돈을 떠나 존경받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재계약 협상의 주도권은 이미 박 감독 쪽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박 감독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축구를 초월해 베트남 사회의 한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를 알아보고 있고, 그의 지도력과 선수 포용력 등에 박수 갈채를 보낸다. 최근 세계적인 핸드폰 제조 회사는 박항서 감독의 특별 에디션 핸드폰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박 감독은 다문화 가정 축구교실을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박항서 감독은 그동안 결과로 보여준게 분명하다. 잘 한 만큼 연봉 등 모든 조건이 인상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이 낸 빼어난 성적은 분명한 팩트다. 그가 베트남 축구 사령탑을 맡고 난 후 실패한 대회가 거의 없다. 지휘봉을 잡고 첫 출전한 아시아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다. 이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썼다. '동남아 월드컵'으로 통하는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했다. 그리고 올해 1월 UAE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최근 킹스컵에서도 준우승했다. 베트남 축구사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대표팀의 성적을 끌어올린 지도자는 없었다. 베트남 축구협회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런 박 감독을 향해 다른 곳에서도 '러브콜'이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매체 '뉴스 24시'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도 박 감독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서 '베트남 축구협회가 계약 연장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박 감독의 계약 연장은 몸값 상승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한 매체는 연봉이 100% 이상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후 24만달러(약 2억8000만원, 추정)인 현 박 감독의 연봉이 향후 48만∼60만 달러(약 5억7000만∼7억1000만원, 추정)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감독 측은 스포츠조선에 "우리는 급하지 않다. 다양한 의견을 들을 시간이 필요하다. 베트남 언론 보도는 거의 임박한 것 처럼 돼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