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에 대해 막말을 쏟아낸 호주의 한 방송사가 공식 사과했다.
호주 채널9 뉴스쇼 '트웬티 투 원(20 to One)'이 20일(현지시간)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20 to One'의 에피소드는 방송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단지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강조하기 위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트위터에도 "무례하고 불쾌하게 여겼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한국어와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다.
앞서 지난 19일 방송된 '트웬티 투 원'에서 영국 출신 코미디언 지미 카를 비롯해 블로거 페레즈 힐튼, 라디오 진행자 팀 블랙웰, 배우 롭 밀스, 코미디언 멜 버틀 등이 출연했다. 출연진들은 "나는 들어본 적 없다. 정말 별로"라면서 "(북한) 김정은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면, 이제 한국의 전쟁 문제는 없어질 수 있겠다. 한국에서 뭔가 터졌다는 뉴스를 듣고 폭탄인 줄 알았는데 방탄소년단이었다. 근데 이 그룹을 보니 폭탄이 터진 것보다 별로"며 비아냥거렸다.
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데 대해서는 "한국인 중 최초로 미국에서 1위를 한 그룹"이라면서도 "영어를 할 수 있는 멤버가 한 명 밖에 없다. BTS는 춤도 잘추고 좋다. 노래는…패스할 수 있다"며 한 멤버가 노래하다가 실수한 영상을 보여줬다. "BTS가 UN에서 연설했는데 그 내용이 아마 헤어스프레이에 관한 것이었을 걸"이라며 웃기도 했다.
미국의 MC 페레즈 힐튼은 "방탄소년단 팬들은 하드코어"라며 "'멤버 중 게이가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팬들이 엄청 화냈다. 멤버 7명 중 1명은 게이일 것이다. 이건 그냥 수학일 뿐"이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방송사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도 분노를 키우고 있다.
해당 방송은 빠르게 퍼져 전 세계 아미들을 공분을 샀다. 팬들은 SNS에 '#channel9apologize' 등 관련 해시태그를 올리며 방송사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그룹인 만큼 미국 CNN 등 해외 다른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조명했다.
특히 당시 방송에 출연했던 알렉스 윌리엄슨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건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다. 나는 방탄소년단은 별로이지만 다른 진짜 재능 있는 한국인들은 존경한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번지자 결국 방송사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 줄짜리 사과문은 팬들의 분노를 키우기만 했다.
채널9가 한국 팬덤 사이에서 비난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 시드니의 콘서트에 있었던 마약 단속 사건을 다루면서 전혀 상관 없는 블랙핑크의 장면을 끼워넣으며 논란을 자처했다. 이에 팬들은 '진실성이 없는 무능한 저널리즘'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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