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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비교마케팅 논란…경쟁사, 공정위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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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의 5세대 통신서비스(5G) 관련 공격적인 비교마케팅이 업계간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사에 유리한 형태의 가성현실(VR) 콘텐츠를 내세워 비교마케팅을 진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특히 LG유플러스가 대리점 포스터를 통해 이통3사 가운데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광고를 시작,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경쟁사들은 해당 광고를 문제삼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1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13일 대리점에 '비교불가 한판 붙자!: 5G 속도측정 서울 1등'이라는 매장 포스터 광고를 배포했다.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5G의 가장 큰 경쟁력이 속도라는 점에 주목, 지난달 20일 5G 상용망에서 속도 측정 앱인 '벤치비'로 체감 속도를 측정한 결과 서울 지역에서 이통3사 중 자사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5G 속도 측정 서울 1등 포스터 광고는 해당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가장 발끈한 곳은 KT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달리 KT는 LG유플러스와 5G 시장점유율 2~3위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5G 가입자는 100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KT와 LG유플러스의 5G 시장점유율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LG유플러스의 서울지역에서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광고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하지도 않은 결과를 대외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KT 측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조사한 결과가 아닌 만큼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화에서 소비자 기만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위에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KT보다는 여유롭지만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인식,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SK텔레콤은 과거 LG유플러스가 LTE 서비스 초기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빠르다는 것을 앞세운 마케팅 활동과 관련해 공정위에 타사에 대한 '표시ㆍ광고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공정성 지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자체적으로 외부조사업체에 의뢰를 한 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서울 주요 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였던 만큼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쟁사가 어떤 부문에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에서의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대리점 포스터 광고 회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비교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스타필드 하남점에서 U+5G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존은 5G 실감형 서비스인 U+AR존, U+VR존, U+프로야구·골프·아이돌Live 등 3대 미디어 서비스존, 비교불가 U+5G존, U+tv존 등 5개 공간으로 구성했다. LG유플러스는 U+5G존을 통해 자사 서비스 체험을 진행하는 동시에 타사 서비스와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비교테스트의 공정성이다. 비교테스트는 통신사를 A, B, C로 처리하고 3개 VR단말로 VR콘텐츠를 모두 감상한 뒤 가장 품질이 높은 쪽을 선택하는 방식인 블라인드 형태로 진행된다. 비교테스트가 끝나면 A, B, C 통신사를 공개한다. SK텔레콤과 KT 등은 LG유플러스가 이통사간 협의나 추천 없이 임의적으로 콘텐츠와 테스트기기를 선정, 비교마케팅 자사 서비스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바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한 것은 사실상 경쟁사 비방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U+체험존 이용자들은 비교체험 이후 LG유플러스 VR 콘텐츠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는 만큼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22일부터는 스타필드 고양으로 자리를 옮겨 비교마케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비교마케팅 배경을 두고 8월 하현회 부회장 취임 1년을 앞둔 상황에서 5G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 부회장은 취임 이후 내실경영 확대를 바탕으로 5G 시장에서 그동안 고착됐던 이통시장에서의 '탈꼴찌'에 나서겠다는 강조해왔다. 취임 이후 나름 성과는 거뒀다. 지난해 8월 하 부회장 취임 이후 유무선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총매출은 3조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가 증가했다. 다만 5G 성과만 떼놓고 보면 특별하게 언급할 만한 내용은 없다. 5G 서비스가 지난 4월 시작된 만큼 관련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2분기부터다. 2분기 실적이 5G 관련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의 시작인 셈이다. 의미 있는 성적표를 내놓기 위해선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가입자 수 확대를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화웨이의 5G 기지국 장비를 도입한다고 밝힌 LG유플러스 입장에선 장비 재고물량이 확보된 초기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이 보안문제를 앞세워 화웨이를 압박, 부품 수급 등의 문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공격적인 비교마케팅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관계자는 "비교마케팅은 서비스 초기 자사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경쟁사간 감정적인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며 "서투른 비교마케팅은 비방 광고라는 비난과 함께 회사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