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면세점 쇼핑을 끝낸 외국인들이 백화점까지 찾는 '샤워효과'가 본격화되면서, '면세점 동거(同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건물에는 백화점(지하 1층~7층)과 면세점(8~10층)이 함께 들어서 있다.
19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5월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 분석 결과 전년 대비 36.9%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고객 수는 29.1% 증가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의 큰 손인 중국인 외에 다양한 국가의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올해 1~5월 일본인 매출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58.1% 늘어 외국인 매출 가운데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태국(51.6%)·유럽(50.4%)·중동(49.7%)지역 외국인 매출도 크게 늘었다. 중국인 고객 매출은 같은 기간 24.1% 신장했다.
외국인 고객이 증가하면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전체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면세점 오픈으로 영업면적이 20.5%(5만3,226㎡·1만6,101평 → 4만2,307㎡·1만2,798평) 줄어들었지만, 올해 누계 매출은 오히려 3% 가량 신장할 것으로 현대백화점은 예상하고 있다.
조광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판매기획팀장은 "무역센터점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처음으로 10%를 넘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체의 7~8%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면세 쇼핑을 주로 하는 외국인 고객이 백화점을 찾는 이유에 대해 면세점과 백화점의 상품 구성 차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품·잡화·기초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면세점과 달리, 백화점은 패션·뷰티·리빙·식품 등 다양한 상품군을 두루 갖추고 있어 면세 쇼핑을 마친 외국인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백화점 상품에도 관심을 나타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올 1~5월)을 살펴보면, 패션 브랜드(78.1%), 색조화장품(88.9%), 식품(101.3%) 등 상대적으로 면세점에서 찾기 힘든 상품군의 매출이 큰 폭으로 신장했다. 특히, 구매 고객의 절반 가량은 밀탑, 다정한 떡볶이, 삼송빵집 등 특색 있는 F&B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백화점과 면세점 간의 공동 마케팅도 외국인 고객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백화점 또는 면세점에서 구매한 외국인 고객에게 각각 면세점 할인권과 백화점 할인권 등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면세점 오픈 이후 10km 이상 원거리 지역에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는 내국인 '원정 쇼핑족'도 늘어나고 있는 점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겐 고무적이다. 면세점 오픈을 계기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상권이 더욱 광역화되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이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모으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집객력이 좋은 매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