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커리어하이'였던 작년 성적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빨리 버려야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두산 베어스는 장타력 감소에 대한 체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팀이다. 지난해 두산의 팀 장타율은 0.486으로 리그 전체 1위였다. 팀 홈런 개수도 191개로 4위에 해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팀 홈런 개수는 16일 경기까지 45개로 전체 7위, 개막 후 꾸준히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팀 장타율도 0.396으로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전반적으로 모든 팀들이 홈런과 장타율 감소를 체감하고 있지만, 두산은 상위권팀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인구 반발 계수 조정으로 인한 환경 변화와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 기복을 가장 크게 겪고있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도 이를 절실히 느낀 선수 중 한명이다. 지난해 김재호의 타격 성적은 131경기 출장에 타율 3할1푼1리(402타수 125안타)-16홈런-75타점. 데뷔 이후 거의 모든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 성적이었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개인 최다 홈런이 7개였던 반면, 지난해에는 2배 이상인 16개를 때려내는 파워를 발휘했다.
하지만 올 시즌 출발은 이와는 정반대였다. 시즌 초반까지 1할대 타율에 그쳤던 김재호는 타격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오다 5월 이후부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4월 월간 타율은 2할2푼6리(62타수 14안타)에 불과했지만, 5월 월간 타율은 3할4푼4리(64타수 22안타)로 끌어올렸고 6월에는 현재까지 4할6리(32타수 13안타)로 몰아치기를 하고 있다. 1할 중반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2할8푼8리까지 회복해 어느새 3할을 넘보고 있다.
김재호는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작년에 홈런이 많이 나오다보니 그 생각에 묶여 장타에 대한 욕심이 나도 모르게 생기더라. 시즌 초반에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달라진 공인구도 그렇고 지금 리그 환경상 장타를 친다거나 내가 혼자 해결하려는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음을 내려놓고 하니 오히려 결과가 더 좋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재원과 함께 야수 최고참인 그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했다. 김재호는 "나 말고 다른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우리팀 타자들이 지난해 대부분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거기에 대한 생각이 큰 것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방망이가 잘 안맞는다고 짜증내고, 기분이 안좋은 것을 드러내면 더 안된다. 팀을 위한 '희생'이 먼저다. 그래야 개인도 잘된다. 나 역시 개인 성적에 대한 생각에 붙잡혀있다가 내려놓으니 결과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 김재호가 타격 성적보다도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몸 상태다. 김재호는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음에도 허리 등 여러 잔부상이 겹치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기가 많다. 김태형 감독과 트레이닝 파트도 상태가 심각하지 않지만 남은 경기가 많기 때문에 조절하는 차원에서 무리시키지 않고 있다. 김재호는 "지금은 오직 컨디션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몸이 안좋으면 자꾸 신경쓰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프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출루만 신경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