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물고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상대팀 감독을 향한 도발은 아니다. 자기팀 식구인 선수들을 향한 최용수 FC 서울 감독(47)의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최 감독은 13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 사이에서 '수원은 왼쪽만 막으면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자신만이 알고 있는 상대팀 약점을 모두가 알게 됐다는 듯,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흘린 것 같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 감독은 "사실 맞는 말이다. 꽤 오래전부터 염기훈 홍 철 양상민 등이 있는 왼쪽에서 주된 공격 작업이 이뤄졌고, 많은 장면이 만들어졌다. 상당히 위협적인 게 사실이다. 특히 홍 철이 그 전과 달리 전진배치되고 공격적인 위치에서 활동한다.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 감독의 우려대로 좌측면은 1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K리그1 16라운드)에서 수원이 내세울 무기다. 레프트백 홍 철, 왼발잡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사리치, 공격수 염기훈 등이 중심이 돼 좌측면, 그러니까 상대의 우측면을 사정없이 흔든다. 14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두 개, 15라운드 강원 FC전에서 한 개의 도움을 각각 기록한 홍 철은 "상대팀이 우리팀 분석을 할 때, 수원은 왼쪽만 막으면 된다는 얘기를 한다더라.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알고도 당하는 게 수원의 장점이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수원 이임생 감독도 무기를 숨길 생각이 없었다. "장점을 더 극대화 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강점이 돼버렸기 때문에 다른 루트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는 "양 측면과 중원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나아갈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데얀뿐 아니라 옆에 앉은 한의권과 염기훈 사리치 등도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동석한 우측면 공격수 한의권은 "왼쪽에 시선이 집중된 게 오히려 좋다. 오른쪽을 잘 마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비가 느슨해지다 보니 허를 찌르는 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의권은 최근 2경기 연속 좌측면 홍 철의 크로스를 받아 박스 안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러한 공격 방식이 효과를 거둬야 수원은 슈퍼매치 14연속 무승(7무7패)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이 기존 3-5-2 전술을 들고나온다고 가정할 때, 오른쪽 윙백 윤종규와 우측 성향의 공격형 미드필더 고요한,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황현수 등이 역할 분담을 통해 상대 공격을 무력화해야 한다. 박주영의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동점골로 1대1로 비긴 지난 5월 슈퍼매치 때 이 조합으로 맞서 싸운 경험은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공격 패턴을 앞세워 휘몰아칠 것이 분명하다. 5월 이후 리그 경기에서 11골을 6명이 나눠 넣었다. 역습과 세트피스, 중거리 슛과 헤더 등을 가리지 않았다.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득점이 많은 페시치(7골)와 5월 이후 3골을 넣은 박주영의 득점 감각이 물올랐다는 평이다. 화력 싸움에선 밀리지 않는다.
페시치는 "레드스타와 파르티잔간 세르비아 더비는 유럽에서 주목받는 더비다. 이런 더비와 슈퍼매치와 같은 큰 경기에서 이기면 상승세를 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첫 슈퍼매치다. 100% 능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신문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