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가수·예능인 솔비 아닌 아트테이너 권지안의 성장."
가수 솔비(본명 권지안, 35)가 아트테이너 권지안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2012년 첫 개인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한 솔비는 2015년 음악과 미술을 결합한 작품 '공상'을 발표, 전시 'Trace'로 셀프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음악을 퍼포먼스로 캔버스에 그려지게 하는 작업으로 독특한 방식과 아이덴티티를 인정받은 솔비.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드러낸 솔비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개념 융합 장르를 펼친 아트테이너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Real Reality'는 이런 솔비의 3년 만의 개인전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솔비가 작업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레드' '블루' '바이올렛' 시리즈 70여 점의 회화, 입체 영상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앞서 2017년 제작된 '레드'는 상처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한 작품이다. 그해 5월 KBS2 '뮤직뱅크'에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8년 제작된 '블루'는 '계급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사회계층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솔비는 계급사회를 상징하는 오브제로서 수트를 생각했고, 퍼포먼스로 페인팅 된 캔버스를 재단해 수트 자켓으로 최종 작품을 만들어낸 기발함도 발휘했다. 신작 '바이올렛'은 지난해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업한 첫 작품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사랑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로 인간의 최초 사랑과 원죄를 표현하기 위해 '아담과 이브가 하늘 위에서 춤을 춘다'라는 상상으로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권지안 개인전-불편한 진실(Real Reality)'의 작가로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솔비는 "2012년 첫 개인전을 하고 'Real Reality'까지 네 번째 개인전이다. 3년 만에 개인전을 하게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3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원래 하이퍼리즘 시리즈가 1년 안에 다 나오는 계획이었는데 준비하다 보니 1년에 한 프로젝트씩 나오게 됐다. 이 작업 자체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할 게 정말 많다. 음악, 안무, 퍼포먼스, 영상, 그림까지 만드는 데까지 할 작업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간 것도 있다. 이번 주제 자체도 나 자신에 대해 꺼내야 하는 게 많고 그동안 겪은 상처를 꺼내고 치유하는 과정까지 전부 담으려고 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한 것 같다. 개인전을 공개한 지금은 너무 긴장 많이 되고 스스로 많이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나에 대한 확신이 많이 없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떤 걸 잘하는 사람이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진지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도 사실 진지한 내 모습이 어색했다. 재미있는 모습만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림을 하면서 솔직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달라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9년 가짜 동영상 사건에 휘말린 솔비. 당시 그는 음란 동영상의 주인공이라는 루머가 퍼졌고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루머로 판명 났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솔비는 정신적인 충격과 피해를 입었고 방송을 중단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보낸 솔비는 그림을 통해 상처를 꺼내며 치유했고 이를 계기로 화가 권지안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솔비는 "처음 하이퍼리즘 시리즈 중 '레드' 작업을 한 뒤 1년간 작품을 창고에서 못 꺼냈다.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너무 아팠다. 많은 분은 '레드' 작업을 보고 기존의 솔비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정말 내 진짜 모습이다. '레드'를 통해 나의 진짜 모습과 상처를 대면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1년간 그 작품을 스스로 못 봤다. '레드'를 끝낸 뒤 1년간 '블루' 작업을 한 뒤 볼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레드'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겪는 고통을 담았다. 온라인 세상에서 겪는 무분별한 이야기, 흔히 악플이나 가짜뉴스, 루머같은 것들로 인해 겪은 상처다. 나와 상관없이 확산되는 이야기들을 내가 막을 수 없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고통을 작업을 통해 상처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레드'는 투쟁하는 느낌이다. 내가 받았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도 내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길 바랐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동안 많이 숨어있지 않았나?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레드'에 담았다. 그러면서 나도 자신감을 얻은 것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루'는 현실의 계급사회 문제를 담았다. 현실에 알게 모르게 계급사회에 대한 문제가 많다. 나 역시 연예계 일을 하면서 겪었던 것을 투영돼 있다. '블루'를 하면서 사회에 관심을 더 갖게 됐다. 마지막 '바이올렛'이 정말 고민이 많았다. '레드'가 투쟁, '블루'가 화려했다면 '바이올렛'은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바이올렛'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힘을 빼봤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원초적인 아담과 이브를 정하게 된 것 같다. '바이올렛'을 통해 비워진 것 같다. 상처가 사회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바이올렛'을 통해 치유가 된 것 같다. 많은 분에게도 스토리가 전달됐을 때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가수이자 예능인 솔비와 화가 권지안으로서 온도 차에 대해 "연예인은 늘 대중에게 평가받아야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없지 않나? 자신만의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과정에서 그림이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힐링을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 같고 나 역시 그랬다"며 "예능적인 재미있는 모습도 나에게는 장점인 것 같다. 그걸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 안에 자아가 많다. 솔비로서 웃음을 줄 수 있고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일단 작품으로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예인으로서 TV에 나오는 게 아닌 같이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지점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작가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람들과 교감한다면 만족할 것 같다. 평소 '나답게'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동안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도 많이 받고 편견도 많았다. 그걸 뚫고 가는 게 평생 숙제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편견을 스스로 깰 수 있는 나 다운 권지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작품 판매가 20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연예계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로 자리 잡은 솔비는 "실제로 나는 내 작품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작품을 구매해주는 분들은 확실히 연예인 솔비로서 작품을 사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1000만원 이상의 돈을 들이면서 연예인 솔비의 작품을 살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혜택도 있다고 본다. 언론의 관심을 받는 건 내게 정말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게 가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이것 또한 편견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솔비는 "전시를 본 분들의 반응은 '의외다'라는 부분이 제일 많다. '이렇게까지 작업을 하는 줄 몰랐다'라는 반응도 많다. 많은 분이 '성장한 것 같다'라고 평했다. 초반 그림이 일러스트 형식의 그림이 많았는데 누군가는 초반 작품을 많이 기억하더라. 그래서인지 최근 추상화를 보면서 '빨리 성장했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분도 있다. 아직 나쁜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았다"고 웃었다.
'Real Reality' 전시는 13일부터 23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싸이더스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