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A 다저스 류현진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다잡은 경기를 불펜진 난조로 놓치고 말았다. 류현진에 이어 7.8회 등판한 로스 스트리플링, 딜런 플로로, 조 켈리가 동점과 역전을 허용해 다저스는 3대5로 패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호투를 켈리가 망쳤다'며 다저스 불펜진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사실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불펜 운영을 꼬집은 것이다.
타선도 3차례 추가 득점 기회에서 도망가지 못해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6회초 무사 1,3루서 후속 타자들이 모두 범타에 그쳤고, 8회 무사 1,2루, 9회 무사 1,2루서 한 점도 올리지 못했다. 불펜과 타선이 받쳐주지 못하면 선발투수는 승수쌓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은 32경기에서 217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70을 올리고도 10승 밖에 따내지 못했다. 극심한 득점지원 부족, 불펜진 난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그에게 표를 던졌다.
디그롬에 비하면 류현진은 올시즌 동료들의 도움이 무척 큰 편이다. 지난 5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다저스 타선은 6점을 지원해줬다. 올해 류현진의 득점지원율은 6.38점으로 내셔널리그 전체 투수 평균 4.62점을 훨씬 웃돈다. 류현진이 등판한 13경기에서 타자들은 8번이나 5점 이상을 뽑아냈다. 타선 지원이 부족했다고 할 만한 경기는 3번 정도고, 불펜이 류현진의 승리 요건을 날린 것은 이날 에인절스전이 처음이었다.
ESPN 등 주요 매체 파워랭킹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저스가 지금의 전력을 유지한다면 류현진은 앞으로도 동료들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으며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승 도전 행보가 그리 험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류현진은 오는 17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게임에서 시즌 10승에 다시 도전한다. 이날은 다저스의 올시즌 72번째 경기다. 만일 류현진이 컵스를 상대로 10승에 성공하면 페넌트레이스 반환점(81경기)에 이르기 전 목표인 20승의 절반을 채우게 된다.
지난해 20승 투수는 탬파베이 레이스 블레이크 스넬(21승5패)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코리 클루버(20승7패) 둘이었다. 스넬은 팀의 78번째 경기, 클루버는 63번째 경기에서 각각 시즌 10승에 도달했다. 10승을 돌파한 뒤에는 스넬의 승수 추가 속도가 클루버보다 훨씬 빨랐던 셈이다.
2016년 보스턴 레드삭스 릭 포셀로는 팀의 82번째 경기에서 시즌 10승을 달성해 결국 22승을 거둬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15년 시카고 컵스 제이크 아리에타도 팀의 87번째 경기에서 10승에 도달한 뒤 22승으로 사이영상을 받았다. 2014년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가 21승으로 사이영상을 받을 때 시즌 10승은 팀의 89번째 경기에서 수확했다. 2014년 이후 시즌 2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10명이다. 이들이 10승에 도달한 평균 팀 경기수는 81.7경기다. 이 가운데 6명이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예년 20승 투수들과 비교한 류현진의 승수 추가 속도는 아직은 긍정적이다. 다만 '승운'과 관련해 다저스가 불펜진 전력을 그대로 놓아둘 지는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