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을 기자]"오후 2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11일, 대한민국과 이란의 친선경기가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생애 처음으로 축구장 '직관'을 왔다는 유시연 김진아씨의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김진아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장에 왔다. 오후 2시부터 와서 기다렸다. 경기장에 오니 다양한 부대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축구공도 차보고 선물도 받았다. 신나게 놀다가 경기장에 들어왔다. 경기장 분위기도 정말 좋다. 기대가 된다"며 '호호' 웃었다.
그랬다. 이날 경기장 주변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골수팬도, '첫 직관러'(처음으로 축구장에서 축구를 관람한 사람)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체험 부스가 설치됐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퀴즈 이벤트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후원사와 협업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첫 직관러'가 유독 많았다. '칼퇴'를 하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정은씨는 "처음으로 축구장에 왔다. 조금이라도 빨리 경기장에 가고 싶은데 차가 막혀서 마음이 급했다. 정말 설렌다. 정말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팬들은 벤투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중학생 소녀들' 박수진 송가영양은 아버지를 졸라 서울까지 왔다. 박수진양은 "선생님께 축구를 보러 간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조퇴했다. 아버지께서 데려다주셨다"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이들은 망원경까지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바다건너 일본에서 온 팬들도 있었다. 가와무라 미키, 이와하시 마리씨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의 팬이라는 둘은 각각 황의조와 김영권을 응원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왔다. 가와무라 미키씨는 "황의조 김영권 김승규 등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다. 이들은 일본 J리그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다. 연차를 내고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 열린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흐름과 마주했다. 팬들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외치며 축구장을 찾았다. 실제로 벤투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9월 7일 코스타리카전부터 가장 최근 치른 호주전까지 A매치 7경기 연속 매진 행진을 이어왔다. A매치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광클대열'에 뛰어든 팬들도 있었다.
이날 상암에도 6만213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아쉽게 매진 행진은 막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20세 이하 대표팀이 선전을 하는 만큼 많은 분이 경기장을 찾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갔다"고 했다.
8연속 매진은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속에서도 희망은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첫 직관러'들, 너무 반갑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