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백승호(22·지로나)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백승호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생애 첫 A매치 출전이었다.
간절히 기다리던 기회였다. 백승호는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았다. 2년 전 대한민국에서 펼쳐진 2017년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이승우(21·베로나)와 함께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A대표팀의 벽은 높았다. 지난 3월에야 처음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기쁨은 잠시였다. A대표팀에서 선배들 사이를 뚫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는 벤치에서 볼리비아, 콜롬비아와의 경기를 바라봤다.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백승호는 6월 A매치에 다시 한 번 합류했다. 그는 소집 당시 "내가 열심히 하면 데뷔 기회는 올 것"이라고 이를 악물었다. 말 그대로였다. 백승호는 A매치 데뷔전에서 당당히 선발로 이름을 올렸다.
백승호의 위치는 '레전드' 기성용(30·뉴캐슬)이 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는 4-1-3-2 포메이션의 정중앙에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성을 보였다.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리바운드된 볼을 잡아 공격을 전개했다. 당황한 이란 수비진은 백승호를 막아세우기 위해 겹겹이 둘러쌓았다. 하지만 백승호는 침착하게 상대를 뚫어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백승호는 공수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며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백승호의 강렬한 첫 인상. 한국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은 기성용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백승호가 '강력한' 대체자로 떠오르며 해법을 찾게 됐다.
한편, 성공적인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는 후반 32분 주세종과 교체되 벤치로 물러났다. 상암을 채운 6만 여 관중은 백승호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이란과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