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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란]역시 강한 이란, '최고의 스파링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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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얄밉도록 끈질기고 강했다. '숙적'이라는 단어가 괜히 붙는 게 아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잘 조율된 경기력을 앞세워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이란은 버텨냈다. 그냥 버티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 카운터 펀치까지 날렸다. 승부는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흥미롭고, 큰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벤투호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최고의 스파링'을 치렀다. 실전 이상의 무게감을 지닌 친선경기가 11일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벤투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지난 7일 호주전에서 시험했던 스리백을 접어두고 다시 본래의 포백으로 돌아갔다. 또한 투톱으로 손흥민과 함께 호주전에 결승골을 넣은 황의조를 선발 투입하는 등 승리를 위한 '베스트 전력' 을 가동했다. 벤투 감독은 승리에 대한 의지가 컸다. 친선경기임에도 전략과 전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전략과 전술을 이 자리(기자회견)서 공개하면 우리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공개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란 역시 변화가 있었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콜롬비아)이 팀을 떠나며 새롭게 벨기에 출신 빌모츠 감독을 영입해 새로운 체제를 가동하는 시점이었다. 일단 힘찬 출발을 했다. 지난 7일 시리아를 상대로 치른 빌모츠 감독의 데뷔전에서 5대0 대승을 거뒀다. 이때의 주전 멤버를 모두 데려왔다. 이란 역시 필승 각오로 임했다고 볼 수 있다. 강팀과 강팀의 정면 승부, 더 이상 '평가전'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는 초반부터 뛰어난 경기력을 앞세운 두 팀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대결을 펼쳤다. 전반에 비록 1골도 터지지 않았지만, 수준 높은 경기로 인해 흥미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한국은 전반에 주도권을 잡았다. 나상호 홍 철이 위치한 좌측면에서 빠른 템포로 공격이 시작됐다.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의 강력한 헤더가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16분에는 백승호가 환상적인 개인기를 펼치며 관중의 함성을 끌어올렸다.

이란 역시 17분경 우측 크로스가 반대편 호세인 카나니에게까지 연결돼 강력한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 용이 몸으로 막았다. 18분 기습적인 이대일 패스에 이은 메디 타레미의 슛은 조현우 정면으로 향했다. 빠른 템포의 축구가 펼쳐졌다.

후반 역시 비슷한 흐름이었다. 그러다 한국이 먼저 골을 넣었다. 후반 13분에 황의조가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이란 수비진이 놓친 걸 가로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었고, 기막힌 칩샷으로 선취골을 넣었다. 한국 대표팀이 이란을 상대로 8년 만에 터트린 골이다.

그러나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다. 황의조가 골을 넣은 지 4분 만에 이란이 만회골을 넣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조현우가 제대로 펀칭하지 못하면서 공이 김영권 몸에 맞고 자책골이 됐다. 한국으로서는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이후 8년 만에 이란에 이길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하지만 승리 못지 않은 소득을 얻었다. 이란은 9월에 치르게 되는 월드컵 지역예선을 앞두고 한국이 치른 가장 효과적인 평가전이었다. 본 경기에 앞서 치른 '스파링 파트너'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너무 약하지도 않았고, 지나치게 강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서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팀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게 되면 그만큼 소득도 크다. 한국이 제대로 예방 주사를 맞은 경기였다.

상암=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