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늘부터는 해줘야 합니다."
KIA-삼성전이 열린 1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삼성 김한수 감독은 경기 전 선발 등판하는 저스틴 헤일리에 대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은 "지난 경기(5일 NC전)에도 이른 상황에서 내렸다"며 "오늘부터는 본인 투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뉘앙스였다.
시즌 초 강력한 구위로 삼성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던 헤일리는 두차례 몸 이상(옆구리, 팔통증)으로 조기강판된 뒤 전혀 다른 평범한 투수가 됐다. 이른 시점에 구위가 뚝 떨어지며 대부분 5이닝 이내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 벤치는 헤일리를 각별히 배려해왔다. 60~70구 정도에 구위가 떨어지면 한 템포 이른 투수교체로 일찌감치 보호 조치를 취해왔다.
김한수 감독은 "이제 구위도, 투구수도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두 투수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발언. 김 감독은 그동안 많이 참았다. 시즌 초에는 맥과이어의 난조로 마음고생을 했다. 맥과이어가 조금씩 나아질 무렵 '유리몸' 헤일리가 탈을 일으켰다. 설상가상 맥과이어 마저 경기 중 타구에 팔을 맞아 개점 휴업 중이다. 조금씩 좋아지던 흐름이 뚝 끊겼다. 치고 올라갈 고비마다 외국인 투수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헤일리가 첫 상대하는 KIA전을 통해 에이스 위용을 찾아주길 바랐지만 이날도 어김없이 실망스러웠다.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면서 투구수가 늘었다. 1회 33개, 2회까지 47개를 던졌다. 3회 11개로 안정을 찾나했지만 투구수가 60개를 넘어서면서 어김없이 구위가 뚝 떨어졌다. 1-1 팽팽하던 4회 선두타자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집중 6안타로 5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공민규의 아쉬운 수비가 껴있긴 했지만 위력 없는 헤일리의 구위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었다.
결국 헤일리는 4이닝 동안 92개를 던지며 9안타 4볼넷 3탈삼진 6실점한 뒤 1-6으로 뒤진 5회말 김대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좀처럼 몸상태를 회복하지 못하며 장기화 되는 헤일리의 난조. 여름을 맞아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삼성의 벤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