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SK 와이번스가 괜찮은 활약을 펼치던 브록 다익손 대신 영입한 헨리 소사. 하지만 복귀전에서 망신을 당했다. 우승을 위해 영입한 '비밀 병기'였지만 시작은 처참했다.
소사는 구속은 나쁘지 않았지만 제구가 마구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모든 구종이 '탈탈 털렸다'.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은 1년만에 만난 소사에게 자비란 없었다. 소사는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게임에 선발등판해 4이닝 동안 7안타(3홈런) 3볼넷 8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작부터 삼성 타자들은 소사의 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1회 제구가 흔들린 소사가 볼넷 2개를 내주며 2사만루에 몰리자 이학주가 2타점 적시타를 쳤다. 2회에는 김상수의 투런, 3회에는 강민호의 투런, 4회에는 김헌곤의 투런이 연이어 터졌다. 김상수는 소사의 129km짜리 포크볼을 때려 좌월 홈런을 만들었다. 김헌곤은 133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강민호는 146km 직구를 통타했다.
이날 소사는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 3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모든 구종에서 피홈런이 나왔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53km.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에 비해 1~2km정도 느렸지만 스피드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제구였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너무 확실했다. 변화구 역시 밋밋했다. 2회초 삼성 김헌곤이 볼카운트 1B-2S 뒤 무려 8개의 파울을 만들어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든, 낮든 소사의 볼은 손쉽게 커트를 해낼 정도로 날카롭지 않았다. 김헌곤의 방망이 헤드는 소사의 볼을 줄기차게 따라다닐 수 있었다. 바꿔 말하면 소사의 볼이 타자를 뿌리칠 정도의 구위와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뜻이다.
리그를 '씹어먹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대만 현지에서는 최고 피처로 통했던 소사지만 KBO리그 복귀전은 혹독했다. 체력이나 시차는 큰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 복귀전이라 다소 긴장했을 수 있다.
첫 경기로 많은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사는 지난해도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부진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SK측 판단이지만 첫 경기는 걱정을 키울 수밖에 없다. 잠실과는 달리 문학구장은 홈런이 많은 곳이다. 이날 소사의 피홈런은 105m(좌월), 110m(좌월), 120m(좌중월)로 펜스를 살짝 살짝 넘어갔다. 잠실구장이었으면 하나 정도는 펜스 앞에서 잡혔을 수도 있다. SK는 소사가 일찌감치 무너지며 삼성에 0대9로 영봉패를 당했다. 올시즌 삼성전 7전전승 뒤 첫 패배였다.
인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