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프로경력 6년. 국가대표 경력 전무.
정정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그에게 붙는 물음표는 확실했다. 바로 경험부족. 고배도 마셨다. 그는 2016년 연령별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끝내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다시 시작했다. 그는 2017년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예선부터 갈고 닦았다. AFC 챔피언십 본선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U-20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정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 (이)강인이 마저 소집되지 않는다면, 전혀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뚝심으로 걸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 감독과 아이들이 연일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리틀 태극전사'는 U-20 월드컵 8강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세네갈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1983년 이후 무려 36년 만의 쾌거다.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정 감독은 2년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팀을 구성했다. 현재 주축으로 뛰고 있는 조영욱 이강인 황태현 김현우 이광연 등 대부분이 AFC 챔피언십 예선부터 함께했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을 앞두고 "사실 주축 선수들을 모두 모아서 훈련한 적이 없어요.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하고 소집한 게 AFC 챔피언십 예선이었죠. 그때 (이)강인 (김)정민 (정)우영 등 현재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도 모두 합류했거든요. 당시에 호흡을 맞추고 전술을 다듬기 위해 로테이션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강인이도 풀타임을 뛰지 못했을 정도였죠"라고 회상했다.
틀을 잡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쉽지 않은 도전도 있었다. 2018년 프랑스에서 펼쳐진 툴롱컵이 그 예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0대4로 대패했다.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 감독은 큰 그림을 봤다. 두 가지였다. 경험과 U-20 월드컵이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프랑스 등 유럽 선수들과 겨뤄본 적이 많지 않잖아요. 도전해봐야 했어요. 또한, 툴롱컵에 나선 선수들은 AFC 챔피언십 본선을 대비해서 꾸렸어요. U-20 월드컵 티켓을 따야 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두 살이 어려요"라고 설명했다.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두 수 앞을 봤다
폴란드로 향하는 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핵심' 이강인과 정우영 차출에 난항을 겪었다. 정 감독은 삼고초려 끝에 이강인을 품에 안았지만, 정우영은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플랜A'를 외쳤던 정 감독.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준비하던 대로 차근차근 나아갔다.
지난 4월, 정 감독은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단을 소집한 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에도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U-20 월드컵이 체력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정 감독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가 많지 않아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풀 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최대한 체력 훈련을 할 겁니다. 컨디션 조절은 폴란드 현지에 들어가서 할 거에요. 몸 상태를 대회에 맞춰서 끌어 올려야죠"라고 답했다. 강철체력은 리틀 태극전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전술 문제에서도 단호했다. 정 감독은 "상대 경기도 봐야하지만, 우리나라 경기를 가장 많이 보고 있어요. 보면 어느 순간 저도 답답한 부분이 있어요. 키핑 능력이 떨어져서 그래요. 단점 커버를 강인이에게 기대하는거죠. 그리고 우리가 기본적으로는 포백을 쓰는데, 스리백을 사용했을 때 실점률이 낮아져요. 그 부분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다. 대회 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처럼 비교적 약팀은 포백을 활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 감독은 시행착오 끝에 '잘 맞는 옷' 스리백을 골랐다. 리틀 태극전사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제외한 4경기에서 스리백을 활용했다.
정 감독은 대회 전부터 쉽지 않은 길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죽음의 조'인 것은 인정합니다. 쉬어갈 틈이 없는 조입니다. 후회 없도록 뛰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도 두 수 앞을 내다봤다. 정 감독은 "현역 기간이 짧았아요. 하지만 제가 그 기간에 꽤 많이 우승을 했습니다.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한 번쯤 위기는 온다'였어요. 더 높은 곳까지 가려면 연장전은 물론이고 승부차기도 접전도 펼쳐야 합니다. 1점 차 승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요. 고비를 이겨내는 힘은 선수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염두에 뒀다.
정 감독은 줄곧 "기회가 왔을 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 과정이 경험이 돼 한국에 돌아가면 한 단계 성장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 발톱을 숨겼다. 하지만 그가 준비한 과정은 옳았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전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