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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추락한 롯데, 고참들 스스로 가치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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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고, 반등도 요원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이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연속 위닝시리즈, 3연승을 만들면서 반등의 불씨를 지피는 듯 했다. 그러나 이어진 두 차례 시리즈에서 다시 연속 루징에 그치며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얇은 뎁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부 육성'을 기조로 잡은 롯데는 팀내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개편하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기존 베테랑의 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 부상이 이어지며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채 쌓기도 전에 빈자리를 메워야 했고, 이들의 경험 부족이 결국 아쉬운 결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신예, 백업의 버팀목 역할을 했어야 할 베테랑의 부진이 결국 긴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내용을 봐도 그렇다. '간판 타자' 이대호는 3할 타율마저 위협받고 있다. 6월 첫 주 타율이 8푼3리(24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5일 울산 한화 이글스전부터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다. 득점권 타율은 1할6푼7리(6타수 1안타)였다. 주자가 없을 때(13타수 무안타)보단 주자가 있는 상황(11타수 2안타)에서 집중력을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서 무기력한 모습이 거듭되고 있다.

주장 손아섭 역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경기서 타율은 2할4푼3리(37타수 9안타). 기량 하락보다는 심적 원인이 커 보인다. 거듭된 팀 부진이 특유의 승부욕과 맞물려 개인적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모양새. 최근 타격 리듬을 잡지 못한 채 수비에서도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게 눈에 띈다. '예비 FA' 전준우는 타율 3할1푼1리(251타수 78안타), 10홈런 37타점으로 그나마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득점권 타율은 2할6푼7리(75타수 20안타)에 그치고 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역시 롯데 선수 중에선 가장 높은 1.67이지만, 10개 구단 1위 중 가장 낮은 수치. 겉으로 드러난 기록에 비해 영양가가 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운드에선 억대 연봉을 받는 베테랑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송승준, 윤길현은 부진 뒤 4월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홀드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오현택 역시 지난달 두 번째 1군 말소 통보를 받은 뒤 복귀가 요원하다. 구승민, 서준원, 박진형 등 젊은 투수들이 부진한 상황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롯데는 부상에서 복귀한 민병헌, 문규현이 맹활약 하고 있다. 불펜 투수 고효준 역시 연투를 거듭하며 후배들과 반전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힘 만으로 무너진 롯데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긴 역부족. 팀의 기둥 역할을 해온 고참들 스스로 주인 의식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고 처진 팀 분위기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연공서열로 받은 고참 타이틀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할 때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