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관리를 잘 해준 구단에 감사하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오게 돼있다. 두산 베어스 대졸 3년차 우완 최원준(25)이 주축 불펜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원준은 지난 5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이현호에 이어 3회 등판해 4이닝 3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주목받았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이 "최원준이 잘 막아줘 흐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최원준은 이제 어엿한 '필승조' 일원이다. 김 감독은 6일 두산전을 앞두고 "필승조, 추격조를 굳이 나누진 않는데, 완전한 필승조는 이형범과 권 혁이다. 여기에 최원준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세스)후랭코프가 지금 빠져있는데, 오른손 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할 때 원준이를 (선발로)써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최원준은 동국대 4학년이던 2016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과 갑상선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두산은 그를 2017년 신인 1차지명으로 뽑았다. 당시 동국대 이건열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고,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톱클래스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터다. 입단 첫 해에는 수술 후 재활 때문에 시즌 후반에 실전에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해 7월이 돼서야 1군 데뷔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존재감은 없었다.
김 감독은 "그 전까지는 임팩트가 없었다. 공에 힘이 없고, 볼도 많았다"면서 "그런데 최근 2군서 보고가 좋게 올라왔다. 실제 보니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고, 자신감도 생겼더라. 여기서는 중간이지만, 2군서는 선발로 던졌다. 강약조절도 할 줄 안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어 김 감독은 "대학 때 베스트로 던지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지금 보면 구속이 나온다. 지난 번 KT전(1일 3이닝 1안타 무실점)부터 공이 굉장히 좋더라. 중간으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미디어 브리핑이 끝날 즈음 마침 최원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앉은 최원준은 "대학 4학년때 MCL(내측측부인대) 수술을 받았고, 작년에는 갑상선암이 재발해 두 번째 수술도 받았다"면서 "구단에서 관리를 잘 해주셔서 지금은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는 수술한 직후라 전훈 캠프때 쉬어서 준비를 잘 못했지만, 올해는 2군 캠프에서 나름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어제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믿고 내보내주신 코칭스태프에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팀에 꼭 보탬이 되는 투수가 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나타냈다.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일깨워준 동국대 이건열 감독에 대해 그는 "오늘도 전화를 주셨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타자를 상대하는 법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다. 좋은 활약을 계속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작년 9월에 개명(이전 이름 최동현)을 한 건 프로에 와서 몸이 계속 안 좋았기 때문이다. 작명소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랐다"며 개명 이유도 공개했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