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떠들썩한 복귀였다.
헨리 소사는 지난 5일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고척스카이돔에 나타났다. 최근 5일간 KBO리그에서 가장 '핫이슈'였던 소사는 SK의 새 식구로 인사를 나눴다. 행선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결국 소사는 SK와 계약을 하게 됐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소사는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SK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키움 히어로즈전 경기에 앞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취업 비자 발급과 메디컬 테스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소사는 9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소사의 얼굴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보고싶었던 사람들이 많았고, 한국이 정말 그리웠다"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도 모두 소사를 반가워했다. 소사가 이전에 SK에서 뛰었던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 7시즌(2012~2018)을 뛰면서 친해진 선수들이 많다. 워낙 친화력이 좋은 스타일이기도 하고, 지금 SK에서 뛰고있는 선수들 중에 과거에는 소사와 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적지 않다. 염경엽 감독 역시 2014년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사가 원해서 한국을 떠났던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소사는 시즌이 끝나고도 한국에서 계속 뛰고싶어했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세금 문제가 컸고, LG 역시 외국인 투수 계약에 있어 소사를 최우선 순위로 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대만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이제 마이너리그에 다시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많기도 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시아야구에 익숙하기도 하고, 혹시 한국이나 일본에서 러브콜이 올 경우도 대비할 수 있다.
소사는 2014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다. 2012~2013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뛰고 나서, 한국에서 계약팀을 찾지 못했다. 결국 마이너리그로 돌아가 도전을 이어갔다. 그러다 시즌 중반 넥센이 손을 내밀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소사는 "그때와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이번에 한국에 올 때는 여기서 내 커리어를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남은 야구 인생을 한국에서 보낸 후 은퇴를 하고싶다는 뜻이다. 이제 30대 중반인 소사는 현실적으로 다른 리그에서 도전이 힘든 자신의 입지를 잘 알고 있다. 또 한국은 마이너리거였던 자신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 나라다. 고마움과 애정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소사보다 더 기뻐했던 것은 단연 가족들이다. 미국에 있는 다섯살짜리 딸은 "아빠, 우리 또 한국에 갈 수 있는거야?"라며 깡총깡총 뛰었다고 한다. 소사가 '천사'라고 부르는 딸이다. KBO리그에서 뛸 때 딸이 태어났고 아내와 함께 여러번 한국을 방문했었다. 소사는 "딸이 나보다 한국을 더 좋아한다"며 웃었다. 딸은 몇주내로 아내와 함께 입국할 예정이다.
물론 대만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소사는 "야구 환경만 놓고 보면 한국이 더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착하다. 음식도 맛있었다. 특히 버블티에 빠져있었다. 푸방 가디언스와 대만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다시 한번 전하고싶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