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꿈나무들 안전사각 어찌하오리까.'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각 구단에 긴급 공문을 보내 산하 유소년 클럽 운영시 안전사고 예방 실태를 재점검토록했다.
지난달 15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8명의 사상자를 낸 사설 축구클럽 승합차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공문에서 필히 지켜달라고 강조한 내용 중 '전문 운전기사 고용(코치 등 지도자의 셔틀버스 운행 지양)'이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송도 축구클럽 교통사고를 낸 20대 운전자는 해당 클럽의 코치를 겸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치에게 운전을 시키지 말라'는 이유는 자명하다. 아이를 가르치던 코치가 운전대를 잡으면 피로 누적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필연적이다. 생명을 태우고 달리기에 운전 담당 보직자에게는 충분한 휴식이 필수다. 때문에 여객용 버스 운전자 휴식보장법까지 마련됐다.
하지만 프로팀 산하 축구클럽과 달리 연맹의 권고가 '그림의 떡'인 곳이 있다. 중·고교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대다수 학원(학교) 축구팀이다. 이들 학원(학교)은 사설 축구클럽보다 훨씬 큰 대형버스를 운행하지만 '코치 운전기사' 관행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종대형 면허가 필수?
"고교 코치에게 지도자 자격증보다 1종대형 먼허가 필수라는 말도 있다." 프로구단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코치와 선수단 버스 운전기사, 1인2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종대형 운전면허가 있어야 대형버스를 운전할 수 있다. 코치로 취직할 때 1종대형 면허가 없으면 나중에 따로 면허를 따기도 한다.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에 따르면 전국 단위 선수권 대회에 가면 코치가 버스를 운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단다. 한 관계자가 당장 꼽은 학교는 축구 명문고 등 10개가 넘었다. 고교축구연맹에 등록된 고교 축구팀은 총 190개. 이중 프로팀 산하 클럽을 제외한 학원팀은 160여개다. "일부 재정이 좋은 학교를 제외하면 코치가 운전기사를 겸하는 학교는 상당히 많다. 1종대형 면허가 없어도 되는 중형버스를 이용하는 초·중고로 내려가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연맹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운동부의 합숙을 금지하면서 버스 이용 횟수와 이동거리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과거 산하 유소년팀 학교와 신규 협약을 할 때 운전을 겸한 코치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 안전이 우려돼 구단의 전담 운전자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코치들의 운전은 사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알지만 대책이 없다?
사실 K리그 산하 유소년 클럽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모기업·지자체에서 운전 전담 직원을 채용하거나 통근 대행업체를 이용한다. 상대적으로 재정 형편이 열악한 일반 중·고교는 전담 운전자를 고용할 형편이 안된다. 감독·코치 인건비, 선수단 훈련비까지 충당하려면 학부모 지원도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일부 명문 사학재단 학교나 축구 외 다른 종목 운동부를 다수 보유한 학교는 전용 학교버스를 운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학교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결국 코치에게 '투잡'을 뛰도록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프로연맹뿐 아니라 중·고교연맹에서도 '코치의 운전'을 자제토록 권고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다. 제도적인 장치가 없으니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미비한 가운데 돈도 없다. 연맹이 학원 축구팀의 운전 요원을 위해 인건비 지원을 하고 싶어도 상급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지원받는 게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한다. 한 학원 축구팀 관계자는 "선수와 함께 뛰며 가르쳐야 하는 코치가 운전대를 잡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안다. 하지만 '밥줄' 끊길까봐 하소연도 못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늘 그랬듯 큰 사고가 터지면 그제서야 호들갑을 떨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