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정현석 기자]관심을 모았던 헨리 소사(34)의 행선지. 수도권 구단 SK였다.
소사는 올 시즌 초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외국인 투수가 삐걱댔던 복수의 구단이 그를 '팔로우' 했다.
복수 구단이 경쟁한 만큼 선택권은 선수에게 있었다. 소사 처럼 시즌 중 교체 1순위 투수나, 누가봐도 특급 용병은 원하는 팀을 골라서 갈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은 국내에 오기 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 KBO리그에 있거나, 경험한 선수가 정보원이다.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우선 순위가 있다.
우선, 수도권 구단이다. 인구 절반 가까이 집중된 지역. 교육, 문화, 편의 등 사람이 몰리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아빠 선수라면 더욱 수도권 거주를 희망한다.
그 다음 기준은 우승 가능성이다. 외국인 선수도 한국에 오기 전 미리 전력분석을 한다. 우승할 가능성이 최대한 높은 팀을 선택한다. 이유는 돈, 우승 보너스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돈도 더 받고, 한국 온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팀은 팀 분위기도 좋다. 단, 리스크가 있다. 부담이 더 커진다. 우승컨텐더인 만큼 용병에 대한 평가도 빡빡하다. 시즌보다 포스트시즌 경쟁력에 포커스를 맞춘다. 가을 잔치를 이끌어갈 역량이 모자란다고 판단되면 퇴출될 위험도 커진다. ERA 11위 SK 다익손이 짐을 싼 이유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기준이 있다. 돈이다. 위에 언급한 기준들은 '같은 값이라면'이란 전제가 있다. 외국인 선수는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팀을 택한다. 엄격한 상한제 하에서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돈을 차별화할 수 있다면 영입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차별화의 유혹은 영입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에 대한 장밋빛 희망일 수도 있다.
수도권과 우승컨텐더, 그리고 돈, 외국인의 이 3가지 선택 기준을 적용할 때 롯데 자이언츠는 불리했다. 하지만 이 일반적 기준이 소사를 놓친 롯데의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SK보다 먼저 접촉을 시작한 팀은 롯데였기 때문이다. 조건이 더 좋은 팀이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진행 했어야 했다. 'SK가 뛰어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엔 먼저 사인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있었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다. 변수통제까지 고려하는 것이 진정한 협상가의 자세다. 통제되지 않은 변수로 일을 그르쳤을 때 사람들은 말한다. '안일했다'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