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NBA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은 상당히 흥미롭다.
5회 연속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에이스 케빈 듀란트가 빠졌지만, 여전히 당대 최고의 팀이다.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듀란트가 빠진 상황에서 휴스턴에 2연승, 포틀랜드를 4승무패로 물리치면서 서부 정상에 올랐다. NBA 3연패에 성공하면, 2010년대 최고의 팀은 골든스테이트임을 '확정'하게 된다.
상대는 토론토 랩터스다. NBA 유일한 캐나다 연고팀이다. 한마디로 NBA의 변방. 하지만, 절대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를 영입한 뒤, 우승을 정조준했다. 시즌 도중 요나스 발렌슈나스 대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마크 가솔까지 영입하면서 우승 전력을 만들어냈다. 결국 레너드와 기존의 파스칼 시아캄, 카일 라우리를 비롯해 마크 가솔, 노먼 파웰, OG 아누노비 등이 결합하면서 동부의 시험대를 통과했다.
파이널 시작 전, 현지 전문가들 대부분은 골든스테이트 우승을 점쳤다. 6차전, 4승2패로 끝날 것이며, MVP는 스테판 커리가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파이널 초반의 결과는 달랐다. 1차전 토론토의 118대109 승리. 토론토의 강력한 수비가 골든스테이트의 무더기 실책을 유발하면서 승리. 반면, 3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2차전은 부상에서 가세한 드마커스 커즌즈의 예상 밖 활약과 강력한 수비로 골든스테이트가 109대104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 3차전은 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1, 2차전을 통해 '흥미로운' 현상 하나가 있다. NBA는 이미 스페이싱, 트랜지션 강화라는 현대 농구의 트렌드가 극대화된 리그다. 포지션 구분이 없어졌고, 높이와 스피드를 갖춘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미스매치를 유발한다. 평균 높이가 좋아졌기 때문에 스크린에 걸릴 경우 스위치 디펜스를 '선호'한다. 이를 역이용, 미스매치를 활용해 주요 공격루트를 삼는 경우가 정규리그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즐비하다.
그런데 이번 매치에서는 유난히 조직적 '팀 디펜스'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카와이 레너드 더블팀과 거기에 따른 로테이션이다.
▶레너드 더블팀. 어떻게 이뤄지나
듀란트가 없는 챔프전. 절대적 에이스는 레너드다. 이미 동부 결승에서 보여줬다. 강력한 클러치 능력을 보이면서 올 시즌 MVP 0순위 안테토쿰보와의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
골든스테이트 수비 목적은 레너드의 '2점 플레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드 레인지 점퍼' 제어다. 공격수의 루트는 크게 3가지다. 3점슛, 미드 점퍼, 돌파.
레너드는 3점슛(올 시즌 PO기준 37.1%), 2점슛 야투율(54.2%)이 모두 괜찮다. 스크린을 받은 뒤 3점슛에 능숙한 편이고, 헤지테이션 드리블에 의한 돌파 능력도 좋다. 그 중 가장 안정적 득점원은 스크린을 받은 뒤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던지는 점퍼다. 클러치 타임에 항상 나오는 '단골 메뉴'.
골든스테이트 더블팀은 크게 3가지다. ▶외곽 지역에서 기습적 블리츠(스크리너까지 적극적 더블팀 가담하는 수비. 가장 강력한 헷지 디펜스.) ▶포스트 업 시,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들어오는 더블팀과 거기에 따른 로테이션 ▶골밑 돌파 시, 돌파 길목을 차단하고 들어오는 더블팀이다.
그가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더블팀을 받을 때, 골든스테이트가 로테이션을 도는 모습은 마치 KBL에서도 많이 쓰이는 소위 'X4 전술'(패턴을 그릴 때 X4로 표시되는 파워포워드 수비수가 주로 더블팀을 들어간다고 생긴 별칭. 강력한 센터가 포워드 에이스가 있을 때 미드 레인지 지역에 기습적 더블팀을 들어가고, 패스가 나올 때 약속된 대로 로테이션을 도는 수비)과 비슷하다.
물론 클래스와 완성도 측면에서는 당연히 골든스테이트가 높을 수밖에 없다. 빈 곳의 공격수를 찾는 센스와 순간동작의 빠름, 3점슛을 견제할 때 컨테스트 능력까지.(NBA 전술적 움직임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국내 지도자들이 아직도 있다. 완벽한 착각이다)
▶골든스테이트의 진정한 의도는?
1차전이 끝난 뒤 레너드는 더블팀에 대해 '내 득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팀동료를 살리는 플레이를 한다. 더블팀을 신경쓰지 않는다'와 같은 '원론적 답변 3종 세트'를 내놨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효과적 파훼방법이기도 하다. 실제 그렇게 하기 때문에 무표정의 레너드는 더 무섭다.
골든스테이트는 확실히 레너드를 인정하고 있다. 1대1로 막을 수 없는 선수로 판단한다. 안드레 이궈달라와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톰슨 등 강력한 수비가 있지만, 더블팀을 전반적인 수비법을 내세웠다. NBA 전력분석팀은 기본적으로 '슈퍼 에이스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 단 1%의 야투율이라도 낮출 수 있는 약점과 수비 패턴을 찾는다'는 것이 기본원칙 중 하나다.
더블팀이 들어갈 경우, 외곽 3점 오픈 찬스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골든스테이트는 심지어 시아캄에게까지 기습적 더블팀을 들어간다. 이런 기습적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상당히 좋다. 시아캄이 왼쪽 엘보우 지역에서 볼을 잡았을 때 더블팀이 들어오자, 곧바로 골밑에 오픈된 레너드에게 패스하며 2득점을 쉽게 올렸다. 현대 농구에도 맞지 않고, 외곽에서 오픈 찬스가 쉽게 나는 '도박같은 수비'를 골든스테이트가 왜 할까.
토론토의 공격 구조에는 약간의 약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레너드와 시아캄, 원-투 펀치 의존도가 상당히 심하다. 외곽에는 라우리, 밴블릿, 대니 그린, 노먼 파웰이 있다. 그린은 PO에서 계속 부족하고, 라우리는 고군분투하지만 득점 폭발력이 좋지 않다. 파웰은 백업으로 한시적으로밖에 쓸 수 없다. 마크 가솔과 서지 이바카의 3점슛 능력도 있다. 하지만, 주된 공격옵션은 아니다.
즉, 시리즈 전체로 볼 때 '레너드의 미드 점퍼를 허용하는 것보다 더블팀 부작용으로 외곽 3점슛을 맞는 것이 더 효율적 수비'라고 판단한 듯 하다.
1차전 토론토의 3점포가 터졌다. 32득점 올린 시아캄(2개), 마크 가솔(2개), 대니 그린(3개)이 전방위적으로 터졌다. 38.9%의 성공률.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레너드를 23득점으로 '억제'했다. 사실 가솔과 그린의 3점슛은 토론토 공격루트의 '상수'로 볼 수 없다. 골든스테이트는 흔들리지 않았다. 2차전, 3점슛 야투율은 28.9%(38개 시도 11개 성공)에 그쳤다.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 뿐만 아니라 2차전 클레이 톰슨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3차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홈 경기다. 이번 승리로 골든스테이트는 사실상 홈 어드밴티지를 확보했다.(골든스테이트 잔여 홈 경기 3차례, 토론토 2차례) 토론토는 여전히 공격 약점(외곽 3점포)을 안고 있다. 공간활용과 트랜지션은 NBA 파이널에서 기본이다. PO 시리즈는 특수한 상황(매치업 상성, 각팀의 장, 단점을 고려하면 전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골든스테이트는 '레너드의 더블팀'을 수비 기조로 삼았다.
클래식한 과거농구로 회귀한 것도 아니고, 스위치 디펜스의 효율성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 수비법을 적용한 것일 뿐이다. KBL 프로팀이 새겨야 할 진정한 NBA 파이널의 배울 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