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승. 전임 최순호 감독 시절 8경기에서 승점 7점 획득에 그친 포항 스틸러스가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가져왔다. 김기동 감독은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시즌 초와 비교할 때 선수단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부분이 달라진 것 같다."
19일 양산에서 포항을 상대한 경남 FC 김종부 감독의 분석이다. '김기동 포항'에 대해 '활력'과 저돌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기동 감독도 "없는 실력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못 끄집어낸 것"이라며 "선수들이 처음보다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한다"며 4연승 비결로 달라진 분위기를 꼽았다.
경남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린 브라질 공격수 완델손은 김기동 효과를 톡톡히 보는 선수 중 하나. 그는 "김기동 감독의 친화력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며 팀 분위기에 대해 "패배가 많을 때 분위기가 무거웠다. 지금은 즐겁고 자유롭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건 결국 김기동 감독이다. 최순호 전 감독 시절 포항은 다소 경직됐다는 평을 받았다. 최순호 감독의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문제점을 파악한 김기동 감독은 지난달 23일 지휘봉을 잡자마자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팀 분위기 개선이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 데뷔전인 수원 삼성전에서 후반 40분 김승대의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했다. 울산 현대전에선 선제골을 내준 뒤 2대1로 역전했고,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선 후반 45분 김용환의 결승골로 신승을 거뒀다. 경남전도 후반 32분 완델손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를 맛봤다. 4경기 모두 1골차 승리다. 시즌 초 포항의 발목을 잡은 원정 징크스, '에이스' 잡는 측면 수비수 이상기의 퇴장 징계, 울산의 무서운 기세, 경남전 수중전 등 갖가지 변수를 이겨냈다. 쉽게 무너지던 팀이 '꾸역승'을 거둘 정도로 단단한 팀으로 바뀌었다. 팀 스피릿없인 불가능하다.
김기동 감독의 전술 변화도 주효했다. 포항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 김승대를 '한 칸' 위로 올렸다. 최순호 전 감독은 플레이메이킹 능력도 장착한 김승대에게 2선까지 내려와 희생해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김기동 감독은 김승대를 최전방에 배치해 공격력 극대화를 꾀했다. 김승대는 5경기 연속 침묵을 깨고 수원~울산전 연속 결승골을 넣었다. 김기동 감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찬스를 모두 살렸으면 득점 선두가 됐을 것"이라며 더 많은 득점을 요구하고 있다.
2000년생 이수빈의 과감한 기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포항제철고 출신 미드필더 이수빈은 김기동 체제에서 단숨에 주전을 꿰찼다. 최순호 전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라이트백 김용환을 정재용의 중원 파트너로 기용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김용환을 원래 자리로 보내고, 이수빈을 호출했다. 이 카드는 적중했다. 김기동 감독과 포항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수빈은 많은 활동량과 킬러 패스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스타일상 전 포항 미드필더인 이명주(아산) 신진호(울산)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굴만 보면 전반에 지친 것 같은데, 그 상태로 끝까지 뛴다"며 농담을 섞어가며 이수빈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감독 교체 이후 확 달라진 포항(승점 19점)은 어느새 6위까지 점프했다. 애초 목표로 했던 3위 FC 서울과 승점 5점차다. 25일 포항에서 서울을 잡으면 2점차로 줄어든다. 이날 승리시 김기동 감독은 세놀 귀네슈 전 서울 감독에 이어 부임 5연승을 달성한 두 번째 감독이 된다.
양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