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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미소 찾은 정수빈, 그를 빠르게 일으켜 세우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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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팠다. 참기 힘든 고통. 숨이 턱턱 막히는 통증 속에 직감했다. 야구시계가 잠시 멈출 것임을….

두산 외야수 정수빈(29). 새처럼 광활한 수비와, 송곳처럼 날카로운 타격 솜씨를 발휘하던 차에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사고. 아쉽지만 우리네 인생 처럼 야구 역시 뜻대로 되는 것 만은 아니다. 슈퍼 동안 외모에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 이런 예기치 못한 중단이 던지는 의미까지도 잘 알고 있다.

늘 묻히던 유니폼의 흙먼지를 털어내듯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섰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국해 그립고 또 그리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부상 이후 첫 1군 선수단 방문. 여러 각도로 몸을 테스트 했다.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러닝도 뛰고, 가볍게 캐치볼도 프리배팅도 했어요. (통증) 느낌은 있는데 못할 정도는 아니고 지금은 2주 정도 쉬었기 때문에 며칠 정도는 몸 만드는 단계를 가지려고 합니다."

그 순간 불쑥 끼어드는 굵은 목소리. "언제까지 몸을 만들어? 캠프도 아니고…" '츤데레' 형님 처럼 툭 던지고 지나가는 절친 동기생 허경민이다. 좌중에 웃음이 터진다. "혹시 제 얘기 안하나 보려고요. 수빈아, 나는 네 얘기 많이 했다."

정수빈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사실 경민이랑 건우같은 친구들이 제일 많이 걱정해줬어요."

동료만이 아니었다. 빠르게 일어설 힘을 준 원동력, 팬이었다. 잠실야구장 입구 벽을 쾌유를 담은 쪽지로 도배를 했다.

"생각보다 정말 크게 걱정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 '팬들한테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두산 입단 이후에 가장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이번에…."

팬들과 팀 동료의 진심어린 걱정과 응원이 쓰러진 정수빈을 빠르게 일으켜 세웠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갈비뼈 조각이 떨어진 부분에 통증만 잡히면 괜찮을 것 같다. 회복이 생각보다는 빠른 것 같다. 빨리 오면 좋지만 무리하지는 말라고 했다"며 조심스럽게 예상보다 빠른 복귀를 암시했다.

지난달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사구를 맞아 갈비뼈 골절상을 한지 보름여. 밝아진 표정의 정수빈은 잠실과 이천을 오가면서 회복 훈련에 주력할 예정이다. 햇살 같은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돋보기 처럼 모여있는 잠실벌 그라운드. 정수빈의 야구시계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뜨거운 그 무언가와 함께 다시 뛰기 시작했다.

"100% 컨디션으로 야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저도 그 중 하나기 때문에 아픔과 고통을 어느 정도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빨리 낫고, 경기력도 향상되는거니까…. 완전히 다 낫고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