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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류현진, 20승+사이영상 페이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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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니 아시아인이 한번도 품지 못했던 메이저리그 20승과 사이영상. '코리안 몬스터' LA 다저스 류현진이 그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류현진은 올초 미국으로 출국할 때 인터뷰를 통해 "20승이 목표다. 이를 달성하려면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류현진이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밝힌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 지난해 부상에서 복귀해 부활에 성공한 만큼 올시즌 풀타임을 던져 최고 투수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태세다.

류현진은 KBO리그에 데뷔한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18승을 거둔 게 개인 최다승 기록이다. 메이저리그는 몇배 더 힘겨운 무대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LA 다저스에서 두 시즌 연속 14승을 거뒀다. 충분히 호평을 받을 만한 성적이었다. 이후 류현진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건강하게 돌아왔지만, 잦은 부상 때문에 20승에 대해선 늘 물음표가 붙었다.

올시즌 물음표를 조금씩 느낌표로 바꾸고 있다. 초반 페이스가 매우 좋다. 류현진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1패, 평균자책점 1.72(52⅓이닝 10자책점)를 기록하고 있다. 13일(이하 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8이닝 1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6대0 승리를 이끌었다. 8회초 1사까지 노히터(한국식 노히트 노런)를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최근 3경기에서 8이닝 1실점, 9이닝 완봉승, 8이닝 무실점으로 '괴물' 모드를 이어갔다. 이날 현재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잭 그레인키 등 4명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으며, 양 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점 3위, 이닝 당 출루 허용률(0.73)은 1위다. 여기에 9이닝 당 볼넷허용률(0.52) 1위, 삼진과 볼넷 비율(18.00) 1위 등 투수 각 부문서 최정상을 다투는 위치까지 올랐다.

뉴 에이스를 바라보는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대접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투구수 80~90개, 5이닝 안팎이면 늘 벤치의 눈치를 봐야 했던 류현진은 요즘 자신의 의지대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이날도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16개의 공을 던졌다. 노히터 대기록이 진행중이기도 했지만, 로버츠 감독의 신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기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대접받던 그 방식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후보로 손색없다. 미국 서부 최대 유력지 LA 타임스는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류현진을 저평가 된 에이스라고 묘사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류현진은 5승1패,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면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고 평했다. 사이영상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5월 들어 현지 언론의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이다. 그는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217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9패, 평균자책점 1.70을 마크했다. 첫 8경기에서는 3승, 평균자책점 1.83(44⅓이닝 9자책점)을 기록했다. 2017년 수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는 33경기에서 18승7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는데, 첫 8경기에서는 5승3패, 평균자책점 2.80(54⅔이닝 17자책점). 둘다 올해 류현진의 페이스에는 못 미쳤다. 최근 사이영상 투수들과 비교해도 류현진은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아시아 출신 투수가 20승을 올리거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적은 없다. 대만 출신 왕첸밍이 2006년 뉴욕 양키스에서 19승을 따내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게 아시아 투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2000년 다저스에서 18승을 올릴 때 사이영상 투표서는 순위권 밖이었다.

건강하고 위력적으로 돌아온 류현진이 꿈의 기록과 위대한 상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