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사죄하고 영화계를 떠나라"는 피해자들의 외침에도 사과 한 마디 없는 김기덕 감독이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에 당당히 서며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김기덕 감독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로시야 극장에서 열린 제41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다. 이번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된 김 감독은 터키 감독, 러시아 배우등 내로라하는 영화인들과 레드카펫에 섰다.
영화제 측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1996년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은 충격적인 비주얼과 전례없는 메시지로 비평가와 관중 모두에게 환영받았다"고 소개했다.
김기덕 감독의 레드카펫은 국내 영화인 뿐만 아니라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셌던 지난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그가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된 사과나 반성없이 국제 영화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어고 있기 때문. 특히 영화제가 열리기 전날인 18일에는 영화감독김기덕사건공동대책위원회가 사죄는커녕 피해자를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고 있는 김 감독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그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의 성추행 및 성폭행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도한 MBC 'PD수첩'의 박건식 PD는 "김기덕 감독은 유일무이하게 우리나라에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신 분이다. 가장 유명한 감독이다. 그런데 여성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김 감독이 승승장구하고 해외 영화제를 가실때마다 더 초라하고 후회하신다고 하더라. 내가 거부하지말고 그의 요구를 따랐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신다더라"며 "피해를 보신분들은 점점 비참함을 느끼고 영화계를 떠나는데 가해자는 승승장구하는 현실은 잘못된거라 생각한다. 2차 가해뿐 아니라 3차 가해까지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분들은 떳떳히 살고 가해자들이 영화계를 떠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공동대표 역시 "김기덕 감독은 단 한번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각종 해외 영화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으로까지 위촉됐다. 이는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것과 다른 행보다. 그리고 피디수첩, 피해자, 민우회에 대한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김기덕 감독은 피해자의 증언 방송한 'PD수첩'과 피해자 A씨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최근에는 한국여성민우회가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신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개막작 초청 취소 공문을 보내 자신이 성폭력 가해자로 명예 훼손했다며 3억원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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