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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外人 선발 장인' 최용수 감독, '뽑았다'하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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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 이쯤 되면 외국인 선수 선발의 '달인'이다. 뽑았다 하면 대박이다. 올시즌 야심차게 영입한 알리바예프(우즈베키스탄)와 페시치(세르비아)가 빠르게 적응하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알리바예프는 리그 6경기에 출전해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컨디션을 끌어 올린 페시치는 2경기 연속 골맛을 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덕분에 서울은 개막 전 예상을 깨고 2위(5승1무1패)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에스쿠데로부터 페시치까지, '외인 대박' 계보

최 감독의 외국인 선수 보는 안목.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2년 서울의 정식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 그의 첫 선발은 에스쿠데로(일본)였다. 최 감독의 부름을 받고 K리그에 입성한 에스쿠데로는 팀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세 시즌 동안 86경기를 소화하며 2012년 K리그 우승,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4년에는 오스마르(스페인)를 영입해 효과를 봤다. 오스마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오스마르는 구단 역사상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주장을 달고 뛰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오스마르는 2015년 FA컵 우승 영광을 누렸다. 올시즌 팀에 복귀한 오스마르는 "서울이 그리웠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스마르와 함께 FA컵 정상의 기쁨을 맛본 다카하기(일본)와 아드리아노(브라질)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다카하기는 중원의 지배자, 아드리아노는 원톱 공격수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네트워크 총동원, 현미경 분석의 힘

최 감독의 외인 보는 혜안. 그 첫 번째 비결은 '꼼꼼한 분석'이다.

알리바예프가 대표적인 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최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의 신성' 알리바예프의 움직임에 매료됐다. 왕성한 활동량과 간결한 패스. 최 감독은 서울 사령탑 복귀 후 알리바예프를 영입 1순위에 올려놓았다. 이름값만 놓고 보기에는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최 감독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눈은 정확했다. 알리바예프는 고광민과 왼쪽 날개로 활약하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오스마르와 다카하기 역시 최 감독의 '현미경 분석' 결과로 선발한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서울과 ACL에서 격돌한 경험이 있다. 최 감독은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두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 결과 서울에서의 활용도를 고려해 영입했다.

'지일파' 최 감독의 폭 넓은 네트워크도 힘이 된다. 현역 시절 일본에서 뛰었던 최 감독은 당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에스쿠데로, 다카하기 등 일본 선수들이 유독 빛을 발하는 이유다.

▶철칙은 지킨다. '형평과 자율 사이에서'

하지만 단순히 좋은 선수를 선발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K리그는 결코 쉽지 않은 무대다.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며 많이 배웠다"고 말하는 이유다.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 만큼이나 적응이 중요한 셈이다.

최 감독 역시 외국인 선수의 적응을 성공 잣대로 삼는다. 그는 "외국인 선수에게 K리그는 쉽지 않다.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 감독의 적응 철칙은 무엇일까. 바로 '형평성'이다. 최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접받기를 원한다. 절대 안된다. 경기는 100% 준비된 선수들로 치러야 한다. 외국인 선수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경기에 나갈 수 없다. 이것만큼은 꼭 지킨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에서 명확한 철칙과 엄격한 잣대를 대는 최 감독.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은 생활 패턴과 사고 방식이 사뭇 다르다. 코칭스태프와도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먼저 농담도 하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세심히 챙긴다. 선수들이 마음을 쉽게 여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대하는 방식. 이는 최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기도 하다. 최 감독을 일본 J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최 감독은 "언어와 문화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면 경기에서도 나타난다. 그 믿음을 쌓기 위해 형평성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발 장인. 최 감독의 '대박 신화'가 올시즌 계속될 수 있을지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은 17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강원과 2019년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을 치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



◇최용수 감독 부임 뒤 시즌 별 외국인 선수 명단

▶2012년=데얀, 아디, 몰리나, 에스쿠데로

▶2013년=데얀, 아디, 몰리나, 에스쿠데로

▶2014년=오스마르, 에스쿠데로, 몰리나, 하파엘(에벨톤)

▶2015년=오스마르, 몰리나, 에스쿠데로(다카하기), 에벨톤(아드리아노)

▶2016년=데얀, 아드리아노, 오스마르, 다카하기

▶2019년=페시치, 알리바예프, 오스마르

※정식 부임 첫 해인 2012년에는 에스쿠데로만 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