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추가시간 3분. 스코어 1-1. 맨유가 코너킥 기회를 잡았다. 데이비드 베컴이 문전을 향해 오른발로 띄운 공. 니어 포스트 부근에서 테디 셰링엄이 이마로 돌려놓았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이를 놓치지 않고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맨유가 '누캄프의 기적'과 함께 트레블을 작성한 순간이다.
대략 20년이 지나 '영웅' 솔샤르가 맨유 감독이 되어 당시 역사를 쓴 장소이자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누캄프를 찾는다. 17일 2018~2019 유럽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다. 1차전 홈경기에선 0대1로 패했다. 제2의 누캄프 기적이 필요한 상황. 어느 선수보다 솔샤르 감독이 집중 조명받는 이유다.
솔샤르 감독은 경기를 앞둔 15일, 영국공영방송 'BBC'와 인터뷰를 갖고 20년 전을 떠올렸다.
"아주 많은 사람이 축하를 건넸다. 그날 밤에 대해 이렇게들 이야기했다. '내 일생 최고의 밤이었다. 하지만 내 아내에겐 그 사실을 말하지 말아달라'. 그런 식이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전체 영상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15분 영상만 봤다. 내가 (교체로)뛴 시간이다. 결승전 당시의 감정과 느낌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골 장면은 아마도 수백만 번 돌려봤을 것이다. 내 커리어가 그 한 장면으로 기억돼도 상관없다."
솔샤르 감독은 맨유 커리어 대부분을 '조커'로 뛰었다. 그날도 그랬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36분에야 앤디 콜과 교체투입해 역사를 썼다.
'BBC' 기자가 '사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솔샤르의 대답. "벤치에 앉았을 때 당연히 기분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선발은 최고의 선수들 몫이다. 1999년에는 로이 킨, 야프 스탐 등이 있었다. 내가 최고가 아니란 걸 알았다. 그렇기에 못마땅한 기분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것은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의 '원팀' 철학이었다. 전력상 열세를 팀 정신으로 극복했다. 지도자가 된 솔샤르 감독은 은사의 메시지를 맨유 선수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이날 선발로 뛰지 못할 '솔샤르'와 같은 선수들에게.
"호날두, 메시가 아니라면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정기적으로 선발로 뛰기 위해선 최고의 선수가 되어야 한다. 그게 전부다. 매일 최고의 모습을 보여라."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