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켜보자."
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이날 이범호(38)를 콜업한 KIA 김기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이범호의 활용 여부가 화두였다. 당초 김 감독의 계획은 이범호를 지명타자에 세우고, 최원준을 3루수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3루 수비가 가능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이나 부상 후 재활 여파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이범호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장래 주전 3루수 자리를 맡아야 할 최원준에게 실전 경험을 부여해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KIA가 타격 부진 속에서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자 한방을 갖춘 베테랑 이범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수비에서도 내야 안정감을 더하는 차원에서 이범호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러나 장래 주전 3루수 감으로 꼽히는 최원준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는 쪽을 택한 김 감독 입장에선 현실과 미래 사이에서 적잖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김 감독은 "(이범호의 복귀로) 누구는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감독 입장에선 이럴 때가 제일 고민스럽다"며 "내 입장에선 팀 전체를 놓고 여러가지 상황을 그려놓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켜보자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모두가 궁금해하는 부분이지만, 내 위치나 입장에선 많은 부분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9일 경기가 우천 순연되면서 김 감독의 고뇌는 10일까지 이어졌다.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김 감독은 이범호를 '히든카드'로 내세웠다. 1-1 동점이던 7회말 선두 타자 문선재가 좌전 안타로 출루하자, 김 감독은 포수 한승택 타석에서 이범호를 대타로 세웠다. 7000여명의 홈팬들은 "이범호!"를 연호하면서 반가움과 기대감을 표출했다. NC는 선발 투수 박진우 대신 김진성을 호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일발장타'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범호는 김진성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1B에서 들어온 2구째에 배트가 허공을 갈랐지만, 이어진 3~4구를 침착하게 골라내면서 3B1S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범호는 5구째에 헛스윙, 6구째 파울에 이어 7구째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문선재까지 NC 포수 양의지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태그아웃되면서 KIA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KIA 선발 투수 조 윌랜드는 7이닝 동안 115개의 공을 던지며 NC 타선에 1점을 내주는데 그쳤지만, KIA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윌랜드의 시즌 3승 달성도 무산됐다.
KIA는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최형우의 좌익수 파울 플라이 때 3루 주자 최원준이 홈을 밟아 2대1로 이겼다. 하지만 이범호와 김 감독에겐 아쉬움이 남은 승부였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