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입니다."
요즘 경북 김천시에서는 때아닌 '비명'이 울려퍼진다.
지역 상권은 반짝 특수에 '행복한 비명'을, 출전 선수단은 숙소 쟁탈전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지금 김천시는 '스포츠 천국'이다. 그 중심에 9일부터 15일까지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제57회 전국봄철배드민턴리그(중·고부) 대회가 있다.
봄철리그에 출전하는 남녀 중·고교팀만 해도 총 158개, 인원은 1049명에 달한다. 국내 배드민턴 단일 대회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국제테니스연맹(ITF) 김천국제주니어 투어대회(김천종합스포츠타운)와 제9회 김천 전국수영대회(김천실내수영장)가 같은 시기에 겹쳤다. 경기장도 같은 단지 내에 모여 있어 이른바 '북새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숙소 전쟁이 펼쳐질 수밖에. 배드민턴 봄철리그만 해도 출전 선수를 비롯해 학부모, 대회 운영 관계자까지 포함하면 김천을 방문하는 손님이 1200명을 훌쩍 넘는다. 김천 시내 모텔 등 숙소는 일찌감치 동났다. 눈치 빠른 팀은 작년에 미리 예약을 해놨다는 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설명이다. 경기장 근처 숙소를 잡지 못한 팀들은 이웃 도시 구미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김천시 외곽의 유명 관광지 직지사 주변에 관광업소가 많아 직지사로 몰려가기도 한다.
대회가 열리는 1주일 동안 이렇게 많은 인원이 먹고 자야 하니 지역 상권도 활기를 띨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고기 회식을 하려고 해도 저녁 늦게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재료가 동나서 못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진풍경이 펼쳐지니 지역자치단체에게 배드민턴 대회 유치는 '블루칩'이다. 주민에게 즐길 스포츠 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도 살릴 수 있으니 1억∼2억원 대회 유치비용을 투자해도 절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이번 봄철리그가 일반·대학·초등부까지 경남 밀양에서 열다가 김천으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협회는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가 많은 만큼 지역 안배를 위해 같은 대회인 데도 밀양과 김천으로 분산했다.
최대 규모 중·고부 배드민턴 축제이기에 놓쳐서는 안 될 장외 관전포인트는 또 있다. 봄철리그에서는 상당수 중·고교들이 A, B팀을 출전시킨다. 지난 3월 열린 중고연맹회장기 대회에서는 학교당 1팀만 출전했다. A, B팀은 이른바 1군, 2군을 의미한다. 에이스급 선수들로 A팀을 꾸리는 구조다. 선수들에게 고른 출전기회를 주기 위한 중·고부 리그 만의 특징이다.
단체전이라 4명 이상 출전할 수 있는데, 1∼3학년 10명 이상 선수를 보유한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회장기 대회는 학교당 1개팀을 내도록 하는 대신 학년별 개인전을 통해 2군급 선수들이 출전토록 한다. 봄철리그는 단체전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2개팀까지 허용해 기회를 더 넓힌 것이다.
조별리그 예선을 위한 조 편성도 형평성을 감안해 시드 배정 방식을 적용한다. 여고부(각조 1, 2위)를 제외하고 각조 1위에 8강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에 전력이 편중되면 흥미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년 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4강에 진출한 4개팀을 우선 분산 배정하고 나머지는 추첨을 통해 편성한다. 이 역시 시드 배정없이 무작위 추첨으로 조 편성하는 회장기 대회와 다른 점이다.
그런가 하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적용하고 있다. 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인터넷 중계 영상 서비스를 가동한다. 자체 영상 촬영팀을 가동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경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라이브 스코어'도 테스트 중이다. 라이브 스코어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최 국제대회에서 접할 수 있는 실시간 스코어 중계 서비스로 국내대회에서는 첫 시도다.
협회 관계자는 "봄철 나들이 시기와 겹쳐 김천은 지금 스포츠 축제로 활기가 넘친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실내체육관에서 배드민턴 꿈나무들의 향연을 감상하는 것도 훌륭한 봄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