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뛰고 봐야할 것 같다.
타자들은 안다. 넘어갈 공인지 아닌지….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타자들의 착오가 부쩍 늘었다. '넘었다'고 직감했는데 펜스에 맞거나 가까스로 넘어가는 타구가 비일비재하다. 공 탓이다.
지난 6일 열린 경기들에서도 홈런 경계선상의 타구가 속출했다. 한화 변우혁의 데뷔 첫 홈런은 비디오판독을 해야할 정도로 가까스로 넘었다. 한화 정은원과 삼성 구자욱, 키움 김하성의 홈런성 타구도 펜스에 맞았다. 롯데 채태인의 결승 2루타 순간에는 배트를 던졌으나 공은 펜스 상단을 맞았다. 넘어간 줄 알았던 채태인은 급히 2루에 슬라이딩으로 들어가야 했다.
분명한 사실은 타자들의 체감보다 공이 덜 날아간다는 점이다.
롯데 손아섭은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 기록한 시즌 첫 홈런 상황에 대해 "맞는 순간 충분히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에 가서는 살짝 넘더라. 그 공을 따라가던 (채)은성이도 홈런인 줄 알고 포기했었다"며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손아섭은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든 건 확실히 맞는거 같다. 타자들은 쳐보면 느낀다. 예전에는 공이 딱딱해서 '탁'하고 맞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물러서 '퍽'하고 맞는 느낌"이라고 체감 차이를 설명했다.
손아섭의 말처럼 올시즌 홈런은 확실히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0%쯤 감소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 엄격하게 '낮춘 기준'을 적용할 공인구들이 이달 안에 시장에 풀린다. 공인구 제조업체가 이미 제재와 경고를 받은 만큼 제작의 포커스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공'이다. 지금의 잘 안나가는 공 보다도 더 안나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대형홈런도 홈런을 확신하며 배트를 던지는 일명 '빠던'도 줄어들 전망이다. 큰 타구를 날리고도 열심히 뛰는 타자주자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