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시즌 초반 꺼내 든 '1+1 선발 카드'. 먼저 나선 윤성빈(20)-송승준(39) 듀오가 고민을 안겼지만, 박시영(30)은 달랐다. 굳이 '1+1' 카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박시영은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2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선발승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SK에 3대1로 이겼다. 박시영이 문승원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 감독은 5선발 자리에 여러 후보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렇게 꺼내든 게 '1+1' 선발이었다. 윤성빈-송승준, 박시영-김건국을 한 조씩으로 묶어 번갈아 가며 등판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한 번 등판 후 엔트리에서 빠져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양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시즌 전체를 그렇게 치를 수는 없었다. 이 경쟁에서 확실한 5선발 투수가 나와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출발이 안 좋았다. 지난달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한 윤성빈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송승준으로 교체됐다. 볼넷 3개로 크게 흔들렸다. 송승준도 3⅔이닝 5안타(1홈런) 3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양 감독은 "윤성빈과 송승준은 다음 경기를 고민하고 있다. 성빈이가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다. 두 번째 돌 때 한 번 더 시도할지 투수 코치와 상의해보겠다. 나오는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 고민은 고민이다"라고 했다.
첫 조가 무기력하게 무너졌기 때문에, 두 번째 조의 등판에 더 관심이 쏠렸다. 양 감독은 "퓨처스리그 등판 보고를 받았는데 괜찮다. 오늘 경기에 맞춰 준비했다"고 했다. 박시영은 3월 28일 KT 위즈 2군과의 경기에서 5이닝 1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짧게 등판한 김건국도 2경기에서 2⅔이닝 1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
깜짝 호투였다. 크게 투수 교체 타이밍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선발 박시영이 위력적인 공을 던졌기 때문. 그는 1회 배영섭, 노수광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2회에는 볼넷 2개를 내줬지만, 1사 1,2루에서 정의윤과 최 항을 범타로 막았다. 3회에도 1안타만 내줬을 뿐, 큰 위기를 겪지 않았다. 4회에는 제이미 로맥, 이재원, 최 정을 연속 삼진으로 막았다. 결정구가 슬라이더, 체인지업, 패스트볼로 다 달랐다. 김준태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5회 1사 1루에선 2루수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김성현의 2루수 방면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점프 캐치해 더블 플레이를 만들었다. 6회말 2아웃을 잡은 박시영은 윤길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5⅔이닝 동안 70구. 효율적인 투구였다. 박시영은 스트라이크가 50개일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으면서 SK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 만큼은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양 감독의 고민을 씻어주는 단비 같은 투구였다.인천=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