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진정한 MVP'다.
지난 3월 20일 열린 2018~2019시즌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의 초점은 단연 정규리그 MVP였다. 기록만 볼 때는 전주 KCC 가드 이정현이 압도적이었다. 이번 정규리그에서 51경기에 출전해 평균 33분2초를 뛰며 17.2점(1위)-4.4어시스트(2위)-1.3스틸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정현의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다. 그는 자신의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12일 안양 KGC를 상대로 33점을 넣더니, 채 50일도 지나지 않은 올 1월 29일에는 역시 KGC전에 35득점을 기록했다. MVP로 손색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가 걸렸다. 정규리그에서 KCC는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우승 커리어'가 부족했던 것. 역대 MVP들은 대부분 우승 또는 준우승팀에서 나왔다. 1997년 시상식이 도입된 이래 지난 시즌까지 총 23차례(2005~2006시즌 공동 수상)의 정규리그 MVP는 우승팀에서 18번, 준우승팀에서 4번 나왔다. '우승 커리어'와 무관하게 MVP가 된 인물은 딱 한명, 바로 2008~2009시즌의 주희정(은퇴) 뿐이었다. 당시 주희정이 이끈 KT&G는 정규리그 7위에 그쳤다.
그런 이유로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모비스의 이대성이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됐다. 하지만 결과는 이정현의 압승이었다. 당시 이정현은 기자단 109표 가운데 76표를 받으며 생애 첫 MVP 트로피를 받게 됐다. 반면 현대모비스 우승에 큰 기여를 했던 이대성은 '무관의 설움'을 단단히 받았다. 후보였던 MVP 수상에 실패하더니 '베스트 5 가드부문'에서도 이정현과 박찬희(전자랜드)에게 밀렸다. 공공연하게 욕심을 내던 '수비 5걸'에서도 박찬희와 최원혁(SK)의 수상을 씁쓸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나마 이대성은 며칠 뒤 발표된 '6라운드 MVP'를 수상하며 설움을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결과는 이제 '과거'의 일일 뿐이다. 공교롭게 이정현과 이대성이 다시 맞붙게 됐다. KCC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고양 오리온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르며 현대모비스와의 4강 PO 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정현으로서는 '정규리그 MVP'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대성은 '수상 실패'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어쩌면 이번 4강 PO에서 팀을 최종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진정한 MVP의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
이번 4강 PO에서 두 선수는 치열한 매치 업으로 붙게될 듯 하다. 신장 측면에서 이정현(1m91)의 상대로 양동근(1m80)보다 이대성(1m90)이 적합할 수 있기 때문. 공격과 수비에서 쉴 새 없이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리그 성적으로는 이정현이 압도했지만, 팀과 팀의 대결에서는 3승3패로 호각이었다. 과연 이정현과 이대성의 전쟁에서 최후에 누가 웃게될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