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창단 이래 새 지평의 연속이었다.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갖가지 이벤트와 사회공헌으로 지역 사회 뿌리내리기에 앞장섰다. 그동안 롯데 자이언츠 팬덤이 대부분이었던 창원은 NC의 푸른 바람으로 빠르게 물들었다. KBO리그 9번째 구단이라는 '젊음의 아이덴티티'를 십분 활용했다.
구단만 나선게 아니었다. 구단주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이사가 발벗고 나섰다. 홈 경기 '직관'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구단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최대어 양의지에게 4년 총액 125억원을 안기며 영입한 것도 그의 작품. 지난 23일 창원NC파크 개장식에서는 직접 글러브를 끼고 시포자로 나서 또다른 역사를 남겼다. '택진이형(김 대표이사의 애칭)'의 열정과 노력이 지금의 NC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NC가 최근 수 년간 보인 행보는 이런 혁신, 노력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선수 음주운전 적발, 트레이드 이면 계약 사실을 은폐하려다 적발돼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승부조작 가담자가 나오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급기야 구단 직원 간 폭행에 이은 동반 사표에 이어 프런트 소속 직원이 불법 사설 도박을 했던 사실까지 밝혀졌다. 잇단 사건사고에 NC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개인의 일탈 만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NC가 그간의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수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논란을 덮기 위해 쉬쉬했던 부분이 결국 구성원의 도덕불감증을 키웠고, 더 큰 사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구단은 '정의, 명예, 존중'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급기야 '불법 사설 도박 가담'이라는 범법행위까지 벌어졌다.
NC가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문제구단'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C 황순현 대표이사는 26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징계위원회를 통해 해고까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그렇게 되면 '꼬리자르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직무정지를 유지하면서 형사 고발 내지 KBO 조사를 받는 쪽으로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구성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아갈 지 심도있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NC는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를 얻은데 이어 창원NC파크까지 품으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창원NC파크 명칭 논란에서도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도 이렇게 밑바탕을 이룬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공든 탑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더 이상 팬심을 배반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NC가 꿈꾸던 미래는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