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이순재가 과거와 현재의 연기 환경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신줄 놓쳐도 사랑줄 꼬옥 쥐고 인생 첫 로망을 찾아 떠나는 45년 차 노부부의 삶의 애환이 스민 로맨스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 메이스엔터테인먼트·제이지픽쳐스·MBC충북 제작). 극중 사랑이 남사스러운 무뚝뚝한 남편 조남봉 역을 맡은 이순재가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로망'은 한평생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45년차 노부부가 동반 치매를 선고한 세월의 뒤통수에도 둘만이 간직한 부부의 첫 로망을 기억하며 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고령화 치매 사회를 담담히 직시하고 사랑이라는 따스한 솔루션을 환기할 뿐만 아니라 부부의 '동반 치매'를 소재로 대한민국에 노년의 삶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와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이순재는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 국민의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는 자타공인 63년차 국민 배우. 총 87편의 공연, 92편의 방송, 123편의 영화로 국보급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그는 '연기의 신'으로 불리고 모든 후배 배우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평생 연기를 해왔음에도 사극, 멜로, 코미디, 액션, 다큐멘터리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매번 연기 변신을 해왔던 그가 '로망'을 통해 사랑이 남사스러운 남편, 조남봉 역을 맡아, 치매 부부의 아릿한 로맨스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이날 이순재는 60년전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과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텔레비전 영화 쪽에서 시작됐는데 우리가 90년대 노조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 80년대 중반에는 협회라는게 있었다. 일년에 출연료가 한 5만원 올리는 걸 30년이 걸렸다"며 "과거에는 우리 직종이 정당한 직업으로 평가 받지 못했던 이유가 역사에 있다. 공연의 역사가 부족한 나라이다. 일본은 가부키, 중국은 경극이 있지만 우리는 마땅히 없지 않냐. 그래서 과거에는 뿌리가 없는 직종이라며 '상놈' '딴따라'의 직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예술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치약한 직종이라서 90%가 반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가장 하고 싶은 직업으로 등극한 연예인, 그리고 배우. 이순재는 최근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의를 언급하며 "이번 사고를 통해서 다시 하고 싶은 직업 순위가 1위에서 10위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우리 때는 가난하지만 예술적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는 58년에 연극 시작하지만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78년때 20만원의 출연료를 처음 받아봤다. 그때는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직종이었던 거다. 지금의 연예인들과 전혀 다른 상황거다"고 말했다.
한편, '로망'은 이창근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이순재, 정영숙을 비롯해 조한철, 배해선, 진선규, 박보경, 이예원 등이 출연한다. 4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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