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창원 지역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선출직 시의원이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하면, 시청 공무원들은 최근 험악해진 안팎 여론을 달랠 방안을 찾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겁박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원(6선·자유한국당·창원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의 발언은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창원 시민들까지 경악케 했다. 그는 20일 한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C-창원시 간 맺은 명칭권 계약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데 이어, 시민 의견보다 의원 결정권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창원NC파크 마산구장' 수정 조례안 가결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두고는 편가르기식 정치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여론은 폭발했다. 한 네티즌은 해당 의원실 전화번호를 공개해 항의 전화를 독려하기도 했다.
일부 창원시청 공무원들의 행태도 놀랍다. 이들은 오는 23일 펼쳐질 NC-삼성 라이온즈 간의 2019시즌 KBO리그 홈 개막전에서 일부 NC 팬들이 허성무 창원시장 시구 때 야유 퍼포먼스를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발빠르게 움직였다. 20일 해당 소식을 전한 취재진에 전화를 걸어 팬들의 야유 퍼포먼스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 팬들과의 소통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현장에선 논란이 이어졌다.
일련의 사태가 계속되면서 NC 팬 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극도로 나빠지고 있다. 창원시의회 시민마당 게시판에는 수정 조례안 가결 및 찬성 시의원을 비난하는 글이 수십건에 달하고 있다. NC 팬 게시판 역시 최근 사태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야유 퍼포먼스 동참 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럼에도 NC는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 명칭권 뿐만 아니라 운영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창원시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향후 25년간 매년 지불해야 할 구장 임대료 문제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개장식 당시 창원시 측에서 잔디가 채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그라운드 한가운데에 행사용 무대를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이를 뜯어말려 카페트, 단상을 까는 선에서 타협을 본게 전부다.
김종문 NC 단장은 18일 개장식을 앞두고 "신구장 건축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창원시가 빛날 자리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명칭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NC는 개장식에서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했고, 내복사근 파열로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한 주장 나성범까지 사인회에 나서게 해야 했다.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선 NC의 안이한 대응이 향후 구단 운영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번번이 개입하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3일 삼성전 입장권 2만2000장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태. 시구자로 나설 허성무 창원시장은 개장식에 이어 또다시 야유세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 여론에 눈과 귀를 닫은 창원시의회, 창원시의 구태 속에 축제가 되어야 할 NC의 개막전은 점점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